▲ 법검 우송 조계종 제3교구 본사 신흥사 주지
▲ 법검 우송 조계종 제3교구 본사 신흥사 주지
‘가장 귀한 것을 구하지 않고,다만 가장 좋은 것을 구한다’라는 말이 있다.우리가 늘 마시는 차를 고를 때 쓰는 경구다.내 입에 맞는 차가 최고라는 뜻이다.

사람들은 무언가를 구할 때,나에게 ‘좋은 쪽’을 구하려 하지 않고,남들이 말하는 ‘귀한 쪽’을 구하려고 한다.귀한 것이 반드시 좋은 것이라고 잘못 생각하기 때문이다.

새해가 되면 한번쯤 깊이 참구해봐야 할 경구다.내가 남들이 권하는 ‘귀한 것’만을 쫓아 시간을 낭비해온 것은 아닌지,정말 나에게 ‘좋은 것’을 정작 잊어버리고 지내온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고 새로운 각오를 다져야 할 때다.

내 입맛에 맞는 음식이 내 몸에 좋은 음식이고,내 몸에 딱 맞는 옷이 나에게 어울리는 옷이다.마찬가지로 나에게 좋은 삶이 진정으로 소중하고 가치 있는 삶이다.

중국 당나라 때 위산 영우 스님은 제자였던 향엄 지한 스님이 질문에 답을 달라고 조르자 “나의 말은 그저 나의 견해일 뿐 그대의 안목에 그 어떤 도움도 주지 못한다”라고 말하며 냉혹하게 거절했다.

이에 향엄 스님은 스스로 자문자답하며 큰 깨달음을 얻었다.향엄스님은 깨달음을 얻은 뒤 스승이 계신 곳을 향해 절을 올린 뒤 “스승님께서는 저에게 정말 큰 자비를 베푸셨습니다.만일 그때 저에게 말로써 설명을 다 해 주셨더라면 어찌 제가 오늘의 이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겠습니까”라며 진정으로 감사의 예를 표했다.

이 일화는 하루에도 수많은 지식과 정보를 접하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큰 교훈을 주고 있다.아무리 많은 지식과 정보가 내 주변에서 흘러 다닌다고 해도 내 스스로에게 간절함이 없으면 그것은 그냥 남의 것에 불과할 뿐이다.오히려 얕은 알음알이에 속고 말 뿐이다.향엄스님의 스승이었던 위산스님은 제자가 이 알음알이에 속지 말고,자기만족의 틀에서 깨어나기를 바랐기 때문에 질문만 던지고 답을 알려주지 않은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이 세상 누구보다 질문을 많이 던지신 분이다.부처님께서는 자신의 질문에 만족할 만한 답을 구하지 못하자 스스로 용맹정진에 들어가 깨달음을 얻으셨다.간절한 마음으로 질문을 던지고 답을 구하는 과정은 내가 내 삶의 주인이 되고자 하는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내가 내 삶의 주인이 되어야만 내 삶을 사랑할 수 있고,진정으로 타인의 삶을 존중하고 자비를 베풀 수 있다.옛 스님들께서 이르시길,“물음은 답 속에 있고,답은 물음 속에 있다”라고 했다.팔만대장경을 다 읽는다 한들 나에게 간절한 마음과 청정심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다.

일상에서 늘 한결같은 진정성을 유지하면서 간절한 마음과 청정심을 잃지 않는다면 어느덧 질문과 답이 하나되어 나아가는 때가 반드시 찾아 올 것이다.

굳은 믿음을 가지고 더욱 분발해 복된 한해를 만들어 나가시길 두손모아 발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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