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사각 노숙인보호소 실태보고서] (상) 주취자 유치장으로 변질
경찰에 의해 인계된 만취자
수면실 걷어차며 입소자 위협
남성, 여성수면실 침입 폭행
흉기로 관리직원 상해입히기도
신원확인 미흡 2차 범죄 우려

도내 노숙인 일시보호소가 당초 취지와 달리 술에 취해 길을 잃은 ‘주취자들의 유치장’으로 변질되고 있다.지난 5일 오후 11시 춘천의 한 노숙인 일시보호소.이날 만취 상태로 경찰에 의해 이곳 보호소로 옮겨진 A(62)씨가 갑자기 “수면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소리치며 난동을 부리기 시작했다.A씨는 남녀수면실 출입문을 발로 걷어차며 수면실 내 입소자들을 위협하기 시작했다.이 같은 난동에 노숙인 입소자들은 공포에 떨어야만 했다.

겨울철에 접어들면서 도내 노숙인일시보호소를 찾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지만 보호소는 주취자들의 아수라장으로 변한지 오래다.일각에서는 노숙인과 주취자를 동일시하는 인식으로 인해 보호소의 취지와 노숙인들의 인권을 무색케 하고 있는 실정이다.지난해 노숙인임시보호소 이용건수는 춘천 865건,원주 439건 강릉 402건이다.이중 알코올,주취 등에 관한 유형이 춘천 326건(37.68%),원주 350건(79.72%),강릉 261건(64.92%)으로 각각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그러나 야간시간대 이같은 주취자들을 통제할 수 있는 인력은 당직근무자 1명뿐이다.시설 내 방범창 등 안전시설 설치도 미흡해 안전망도 구멍이 뚫려있는 상태다.

지난해 7월에는 춘천 일시보호소에서는 만취한 남성이 여성수면실로 침입해 일시보호중이던 여성을 폭행하는 사건도 일어나기도 했으며 2015년 강릉의 노숙인 보호소에서는 주취자가 관리직원을 흉기로 찌르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문제는 노숙인일시보호소 설립목적이나 규정,지자체의 사업 내용에도 ‘주취자’를 포함한다는 내용은 어디서도 찾을 수가 없지만 관례적으로 한밤중 ‘주취자 처치센터’로 이용되고 있다는 점이다.또 경찰에 의해 인계되는 주취자는 이름이나 주소 범죄전력 등 일정한 신원확인 없이 마구잡이로 들어온다는 것도 제2의 범죄피해를 양산할 우려가 높은 실정이다.

전대양 가톨릭관동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일시보호소를 위탁 운영하는 지자체는 보호소 내 주취폭력과 안전시설 등에 대한 실태 전수조사가 시급하다”며 “경찰도 무조건 주취자를 보호소에 떠넘기기 보다는 대응매뉴얼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왕근·박가영

>>2018년 노숙인임시보호소 이용
지역 전체이용건수 주취자
건수
주취자 
비율
춘천 865 326 37.6%
원주 439 350 79.7%
강릉 402 261 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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