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은 과거로 입신하고 풍수로 출세하는 시대였다.풍수는 집을 보는 양택보다 묏자리를 보는 음택에 관심이 컸다.임금이 승하하면 국장을 관장할 도감을 설치하고,한양 100리 이내 여러 곳을 다니며 풍수에 적합한 명당(明堂)을 찾아 왕릉을 결정했다.왕릉 결정자는 목숨을 걸어야 했다.왕릉에 문제가 없으면 권력자가 되지만,문제가 생기면 역적으로 몰릴 수 있다.왕의 묏자리뿐이 아니었다.사대부는 조상의 묏자리를 결정하는 풍수를 신앙처럼 여겼다.사대부에게 풍수는 필수과목이었다.
며칠 전 유홍준 광화문시대 자문위원이 “청와대가 풍수상의 불길한 점을 생각할 때 옮겨야 한다”고 말한 것을 두고 “우주시대에 왠 풍수냐”는 미신 논란이 빚어졌다.청와대는 경복궁 내전이 있던 자리다.북악산에 많은 바위가 풍수에서는 살기(殺氣)로 여겨 흉지(凶地)라고 한다.이번 논란은 청와대 자리가 흉지(凶地)와 길지(吉地)를 떠나 풍수가 미신이라는 시각이다.과연 그럴까.풍수는 과학이라는 이론이 많다.풍수는 인간과 건축물,자연이 서로 호흡하는 과학이라고 한다.
하버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는 그의 저서 ‘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에서 “풍수는 물,바람,흙,지형과 호흡을 분석한 학문”이라며 “기후변화시대 풍수의 지혜 회복이 중요하다”고 했다.한국 사람은 집과 묏자리를 쓸 때 풍수를 가장 먼저 본다.명당 발복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어떤 대선후보는 선친 묘 이장이 선거와 관련된 뒷말로 화제가 됐다.그러나 일부는 조상 묏자리를 명당에 잡아놓고는 다른 사람이 풍수를 이야기하면 미신에 의존한다고 비판한다.조선시대 겉으론 유교를 내세우면서 속으론 풍수를 신봉했던 사대부의 이중성과 무엇이 다른가.
권재혁 논설위원 kwonjh@kad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