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나왔다.이제나 저제나 마음 졸이며 기다렸던 평창동계올림픽의 처음과 끝을 담은 이야기.아무나 함부로 쓸 수 없는,몇 안 되는 당사자 가운데서도 첫 손가락에 꼽히는 김진선 전 지사가 오랜(?) 침묵을 깨고 ‘평창실록:동계올림픽 20년 스토리’를 펴냈다.그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값지고 흥미롭다.‘실록’이라고 이름붙인데서 알 수 있듯 자긍심이 묻어난다.652쪽에 걸쳐 술회된 그의 이야기는 개인 회고록 차원을 넘어 평창의 과거와 미래를 관찰할 수 있는 지침서로 손색이 없을 듯하다.

책은 전체 6장으로 구성됐다.‘평창,동계올림픽을 꿈꾸다’,‘두번째 도전,날개를 펴다’,‘세번째 도전,운명에 닿다’,‘평창올림픽대회 준비,또다른 긴여정’,‘특별히 시도한 일,그리고 쟁점 시설들’,‘올림픽과 사람들’이라는 소제목에서 알 수 있듯,책에서는 유치 과정과 준비,참여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김 전 지사는 “실록은 나의 이야기가 아니라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라며 “올림픽은 사람이고,사람들의 이야기”라고 규정했다.평창올림픽을 ‘사람들이 일궈낸 공동체의 협업 결과’로 본 것.

‘평창실록’에 담긴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김 전 지사의 고백을 통해 우리는 베일에 가려졌던 불편한 진실과 뒷이야기를 어렴풋이나마 유추할 수 있게 됐다.무엇보다 이 책을 통해 개인이 아닌,강원도라는 공동체의 숙명적인 ‘과거와 현재’를 엿볼 수 있다.2014년 7월 조직위원장 사임과 관련 그는 “어느 누구도 왜 이렇게 일이 전개되는지 솔직하고 정당하게 말해주지 않았다”고 회고했다.그러면서 “희미하던 것들을 분명히 감지했다”고 썼다.그러나 이 대목이 여전히 아쉽다.그가 감지한 ‘희미하던’ 것이 도대체 뭔지….

평창올림픽이후 우리는 수많은 난제와 마주하고 있다.평창유산을 어떻게 보존하고,유산을 통해 강원도의 힘과 역량을 어떻게 키울지 등 모든 게 모호하다.그 혼돈의 안개 속에 김 전 지사가 첫발을 내디딘 것이다.‘평창실록’은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다.과거를 통해 미래를 바라보고 있다.다음 차례는 최문순 지사.최 지사는 ‘김지사 그후’를 말하고 실천해야 한다.‘성공한 올림픽’이라는 찬사가 부끄럽지 않도록 얽히고설킨 실타래를 풀어야 한다.“나무가 아닌 숲을 보라”는 김 전 지사의 당부가 아니더라도. 강병로 논설위원 brkang@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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