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벌써 반달이 지났습니다.세월이 화살 같다는 말이 실감납니다.새해 만난 지인들에게 많이 하거나,들은 말이 “언제 밥 한번 먹자” 였을 겁니다.이 말은 마땅히 할 말이 없거나,이야기를 매듭 짓 때 쓴다는 것쯤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그냥 “식사하셨습니까?” 하는 인사치레로 기회가 되면 먹고,기회가 없으면 안 먹어도 되는….일부러 약속을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뜻입니다.한국인이 가장 많이 하는 거짓말 1위가 ‘밥 한번 먹자’라고 합니다.

우리민족은 만날 때도 인사말의 핵심단어는 밥입니다.이는 옛날 못 먹던 시절 밥은 살아있는 가치의 기준이었습니다.부모님들이 오랜만에 자식을 만나면 첫 마디가 “밥은 먹고 다니냐”는 말을 합니다.이 말에 깊은 애정이 전달됩니다.옛부터 믿으면 “밥 값하는 사람”이라고 부르고,미우면 북한의 어떤 사람이 말한 것처럼 “목구멍으로 밥이 넘어 가냐”고 말 합니다.우리나라에서 밥을 함께 먹는 것은 한 끼를 넘어 식사를 통해 친한 관계를 맺고 싶다는 최고의 함축어입니다.

요즘은 혼자 밥 먹는 이른바 혼밥이 대세라고 합니다.혼밥족이 많아 1인 좌석을 갖춘 식당도 등장했습니다.혼밥이 외로움과 궁상으로 표현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합니다.1인가구가 불러온 시대 흐름이라며 혼술(혼자 술 먹는 것),혼여(혼자 여행하는 것)등 혼자하는 것에 대한 인식이 익숙해졌습니다.그러나 아무리 혼합이 대세라고 하지만 ‘대통령이 혼밥한다’는 뉴스는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대통령은 국민 여론을 듣기 위해 각계각층의 다양한 사람들과 자주 만나 밥을 먹어야 합니다.

최근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밥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손 대표는 일주일 전 취임 인사차 방문한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대통령이 밥 한 끼 먹자는 말도 없다”며 섭섭함을 표시했습니다.손 대표는 지난해말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요구하며 단식했지만 밥 굶은 보람이 없어 배가 고플 겁니다.그래서 푸드트럭을 몰며 ‘선거제도가 밥’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노 실장은 “그대로 전하겠다”고 했지만 “그래,밥 먹자”는 청와대의 답변은 들리지 않습니다.연초라 덕담이라도 “밥 한번 먹자”고 할 법도 한데….혼밥을 할지라도 손 대표와는 먹지 않겠다는 뜻인 것 같습니다.찬밥 신세인 제3당 대표가 안쓰러워 보입니다.

권재혁 논설위원 kwonjh@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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