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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록 교수 “소프트파워 시대 상상력 통한 혁신을”

강원경제인 신년교례회 특강 전문
윤종록 가천대 석좌교수(전 미래창조과학부 차관)

이호 2019년 01월 18일 금요일

윤종록 가천대 석좌교수
윤종록 가천대 석좌교수
저는 평생 정보통신분야에서 근무했습니다.다른 어떤 분야보다 빨리 변하는 영역에 몸담고 있었기에 그걸 바탕으로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2017년 대한민국 무역 흑자는 957억 달러였습니다. 그런데 ICT 산업 한 곳에서만 955억 달러의 흑자를 만들었습니다.ICT를 빼면 무역 흑자는 2억 달러 뿐입니다. 우리나라 무역 흑자의 99%가 ICT 산업 하나만 보고 있는 대단히 어려운 상황입니다. 심지어 이제는 중국이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우리를 앞서가기 시작했습니다.

혁명이 일어날 때는 균형이 깨집니다.혁명이 성공하면 가담한 자는 대박을 치지만 반대한 자는 쪽박을 찹니다.거대한 혁신의 물결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가 중요한 시점입니다.시몬 페레스 이스라엘 전 대통령이 ‘기억의 반대말은 상상’이라고 말했습니다.기억은 내가 이미 걸어간 길을 되돌아보는 것이고 상상은 내가 아직 가보지 않는 길을 미리 가보는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Start-up Nation: The Story of Israel‘s Economic Miracle(창조국가)’라는 이스라엘 경제를 다룬 책을 전 세계 최초로 제가 한국어로 번역한 후,100여개 나라에서 이 책이 인기를 끌어 베스트셀러가 됐습니다.이스라엘 경제 모델을 소개한 책이라 페레스 이스라엘 대통령이 저를 초대해 차담을 나눴습니다.그 자리에서 대통령께서 이스라엘 젊은이에게 3가지를 주문했다고 말했습니다.‘깊은 바다와 높은 우주,심오한 생명을 상상하고 탐험하라.’이 세 가지의 공통점은 끝이 없는 학문이라는 것입니다.특히 생명을 상상하고 탐험하라는 건 강원도가 의료,보건,바이오산업을 추구하는 것과 이어지는 부분이라고 봅니다.

중화학이 산업의 55%를 차지하던 때가 있었습니다.이런 시기에 우리나라는 ‘정보산업 입국’을 선언했습니다.다시 21세기의 이 시점에서 저는 ‘생명과학 입국’을 주장하고 있습니다.이 생명과학의 시대가 강원도에서 꽃을 피우길 바랍니다.

눈에 보이지 않고 손에 만져지지 않는,거대한 혁신이 만드는 경제를 지향해야 할 순간이 왔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10년 간 가장 많이 팔린 경영서 중 하나인 피터 틸의 ‘Zero to One’이라는 책에 그래프가 하나 나옵니다.세계 경제의 현황과 방향성을 단 하나의 그래프로 정리한 것입니다.x축은 1을 n으로 만드는 수평적 확장을 의미합니다.이건 남이 만든 걸 복사해 찍어내는 것에 불과합니다.이제는 1,2,3차 산업인 x축 경제는 저물고 y축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y축은 0에서 1을 만드는 수직적 진보를 말합니다.상상력이 생각에 그칠 때는 0이지만 이것을 끌어내 혁신으로 만들면 1이 됩니다.0을 1로 만들 수 있는 경제가 앞으로의 경쟁력이 될 것입니다.

10년 전 호주 멜버른 출장 당시 멋진 곳에 서 있는 아파트를 봤습니다.그때 ‘여행을 가서 현지인과 서로 방을 바꿔서 살아보면 어떨까’상상의 나래를 펼쳤습니다.제 생각은 상상에 그쳤지만 저와 똑같은 생각을 한 세 젊은이가 있었습니다.이들은 상상을 혁신으로 만들어 에어비앤비라는 회사를 만들었습니다.방을 필요로 하는 사람과 방이 남는 사람을 이어주는 플랫폼을 만든 것입니다.플랫폼은 소프트웨어 덩어리이기에 눈에 보이지 않지만 이제 에어비앤비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다는 힐튼 호텔을 넘어섰습니다.전세계 경제의 주도권이 y축 기업으로 넘어갔습니다.

GM과 GE를 빼면 전세계 40대 기업 중 x축 제조업 기업은 없습니다.나머지 38곳은 원료를 넣어 제품을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아이디어를 현실화한 회사입니다.공유경제의 상징인 우버의 나이는 11살입니다. 우버는 단 한 대의 자동차도 소유하거나 직접 생산하지 않습니다.다만 자동차를 필요로 하는 사람과 자동차가 남는 사람을 이어주는 플랫폼입니다.그런데 자동차를 생산하는 GM 보다도 주가가 높습니다.우버의 상상력은 소유한 자가용의 97%가 주차장에 대기하는 현실에서 출발합니다.차 주인이 운전하는 시간은 3%뿐입니다.몇 천 만원하는 자동차를 소유만 하고 있는 것에서 문제의식이 시작되었습니다. 우버에 자극받은 GM 역시 자동차 공유를 겸해 회사를 운영하겠다고 천명했습니다.x축 경제에 머물러 있던 제조업 회사들도 y축으로 이동해가는 추세를 보여줍니다.

제가 창조경제라는 단어를 만들었습니다.우리 경제는 x축에만 머물러 있습니다.이제 경제 체질을 y축으로 바꿔야 합니다.0을 1로 만드는 게 바로 창조입니다.1을 2로 만드는 건 창조가 아닙니다.창업은 세상에 없는 것을 새롭게 만들어내는 것입니다.지금같이 x축에 머물러있는 상태라면 대한민국 경제는 갈수록 어려워질 겁니다.상상력을 통해 y축으로 변화해야 합니다.

에디슨이 만든 GE는 가전제품 회사에서 출발해 항공기에 들어가는 엔진,발전소 터빈을 만드는 기업이 됐습니다.이들은 항공기용 엔진을 만들면서 수백개의 센서를 엔진에 함께 설치합니다.이 센서가 항공기의 안전을 수시로 체크해 데이터를 GE 본사로 전송합니다.4500개 항공기에서 보내오는 센서 데이터를 계속 쌓아 분석하면 새로운 데이터가 들어오는 순간 바로 문제 파악이 가능합니다.이처럼 물건을 만들기보다는 사람들의 삶 전반에 영향을 끼치는 서비스를 지향해야 합니다.

요즘 100만원짜리 정수기를 직접 사서 쓰는 분은 없습니다. 한달에 1만5000원만 내면 제품을 빌려주고 관리까지 해줍니다.물건이 아니라 서비스를 파는 것입니다.이제는 단순히 제품만 생산해선 경쟁력이 떨어집니다.중국에 비해서 우리는 단가 경쟁력도 떨어지지 않습니까.물건에 상상력을 엮어 서비스로 제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바닷물 1톤을 식수로 바꾸는 기술은 물리적 비용을 고집하면 100달러가 듭니다.역삼투압이라는 생화학 기술 섞으면 52센트가 필요합니다.1970년대 이스라엘은 이 기술로 10년을 먹고 살았습니다.이것이 가능했던 건 1년간 강수량이 400㎜ 밖에 되지 않는 핸디캡이 있었기 때문입니다.이스라엘은 핸디캡을 바탕으로 세계 최고의 물 관리 국가로 발전했습니다.강원도에도 핸디캡이 있다면 이걸 혁신의 출발점으로 삼을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전기를 이용해 공기 중 수증기를 물로 바꾸는 방법 없을까요.이스라엘의 Watergen이라는 회사는 300와트 전기만 있으면 하루에 160리터의 물을 만들 수 있습니다.사막에서도 태양열로 전기만 만들어내면 물까지 생산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물을 만드는 이 회사의 모토는 ‘파이프라인이 필요 없는 빌딩을 짓는 것’입니다.파이프라인이 녹슬면 건물 수명은 끝나기 때문입니다.혁신이라는 것은 간단한 상상력에서 출발합니다.

지난해 무역 흑자 규모는 전년에 비해 줄었습니다.새로운 혁명의 시대에서 우리의 위치를 어떻게 정할 것인가가 중요합니다.상상력을 혁신으로 만드는 것은 ‘소프트파워’입니다.강원도는 이제 하드파워에서 소프트파워로 넘어가 상상을 혁신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소프트웨어가 왜 중요할까요.미래창조과학부 차관 시절 소프트웨어 의무교육을 주장했습니다.21세기 경쟁력을 위한 언어는 바로 컴퓨터와의 대화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이미 중고등학교에서 소프트웨어 의무교육이 시작됐습니다.대학을 상대로 엄정한 심사기준을 거쳐 소프트웨어 중심학교 지원사업을 전개했습니다.바이올린만 공부한 사람은 악기를 연주하는데 그치지만,여기에 소프트웨어를 접목하면 상황과 분위기에 따라 반주가 흘러나오는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앞으로는 이런 경쟁력이 대두될 것입니다.소프트파워가 강해진다면 y축 경제로 갈 수 있는 가능성을 넓히게 될 것입니다.우리나라는 디지털 토양을 갖췄습니다.4차 산업혁명 관점에서 본다면 필요조건을 가장 잘 갖춘 나라입니다.좋은 씨앗을 길러내는 게 중요한 과제라고 봅니다.

구글은 야후가 전 세계를 지배하고 있을 때 태어났습니다.이제 야후는 사라졌지만 구글은 전세계적인 회사로 성장했습니다.구글은 검색어 추천 기능인 ‘구글 서제스트’를 시스템으로 만들어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네이버 역시 ‘지식인’이라는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들어냈기에 지금의 위치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미국 오바마 전 대통령은 10%의 실업률을 안고 임기를 시작했습니다.그의 임기 8년 끝나고 미국 실업률은 4.6% 수준을 회복했습니다.그는 애플,MS,구글,IBM 같은 회사들에게 ‘젊은 사람들의 아이디어를 후하게 대해 달라’라고 주문했습니다.그러자 이제는 인도,중국,한국의 젊은이들은 좋은 상상력이 떠오르면 미국으로 건너갑니다.전세계의 상상력을 끌고 와 미국의 자본과 기술로 성장시킨다는 ‘개방형 혁신’이 오바마의 아이디어입니다.

해외 곳곳의 청년들의 아이디어를 모으자 미국에서는 재래식 일자리가 한 달에 18만개씩 사라졌지만,대신 양질의 일자리 23만개가 생겨났습니다.단순히 실업률만 줄어든 게 아니라 질 나쁜 일자리가 사라지고 질 좋은 일자리가 많이 생기고 있는 것입니다.우리나라도 이런 정책을 참고해야 합니다.

x축에서 y축 경제로 도약하는 강원 경제가 되길 응원하겠습니다.정리/권소담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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