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에 걸친 긴 겨울이 끝나가고 있다.어제(20일)가 겨울의 마지막 절기인 ‘대한(大寒)’이었다.지난해 11월 7일 입동(立冬)으로 시작된 겨울이 얼마 남지 않았다.한 편으로는 매서운 추위,한편으로는 미세먼지라는 불청객과 힘겨운 싸움을 해 온 것 같다.어느 하나 간단치 않은 두 개의 전선과 마주해야 했다.아직 겨울의 끝을 선언하기는 이르지만 보름 뒤 다음달 4일이 절기상으로는 봄이 시작된다는 입춘(立春)이다.

이 추운 겨울에 가장 주목받는 곳이 강원도다.지난해 평창동계올림픽을 치를 수 있었던 것 또한 강원도의 그 겨울이 있었기에 가능했다.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기자회견에서도 “겨울은 추워야 제 맛”이라고 말했다.추위 덕분에 전 세계와 남북이 한데 어울렸고 평화올림픽도 성공시킬 수 있었다고 했다.강원도의 겨울과 추위가 있었기에 올림픽이 가능했고,그 겨울을 통해 뜻밖의 해빙(解氷)을 몰고 왔던 것이다.

겨울은 보태고 뺄 것 없이 그대로 강원도다움일 것이다.1년 전 이 무렵은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모든 게 긴박하게 돌아가던 시기다.북한의 올림픽 참여가 결정되면서 반전이 일어났지만 여전히 한 치 앞을 예단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었다.살얼음판을 걷듯 모두가 노심초사했던 때다.그러나 공든 탑이 무너지지 않는다는 말처럼 20여 년에 걸친 오랜 시간,땀과 열정이 어우러져 평창올림픽의 성공을 이룬 것이다.

중국 후한(後漢)의 사상가 왕충(王充)은 “얼음이 석 자 어는 데는 하루 만에 되지 않는다(氷凍三尺 非一日之寒)”라는 말을 남겼다.추울 땐 얼음이 1m나 얼기도 하지만 순식간에 그렇게 되기는 어렵다는 말이다.“흙을 쌓아 산을 이루는 것도 한순간에 되지 않는다(積土成山 非斯須之作)”라는 것처럼 여러 날 추위가 누적된 결과라는 얘기다.올림픽과 같은 큰 일이 한두 해 벼락치기로 뚝딱 이뤄질 수 없는 것과 다르지 않다.

지난 2014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서울대 특강에서 북한 핵 문제 해결에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이 구절을 인용했다.고전 인용을 즐기는 중국지도자들이 어려운 국면이 있을 때 자주 쓰는 말이다.2차 북미정상회담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반도 정세가 또 한 번 고비를 넘고 있다.한동안 답보한 것 같지만 이런 것이 쌓여 결과를 만들 것이다.대한(大寒) 고지가 높아 보이지만 가까이 봄이 와 있음을 알겠다.

김상수 논설실장 ssookim@kado.net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