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관심·의지, 강원도 대안, 정치권 역할 부재가 갈등 자초

동계올림픽 1주년을 앞두고 있는 지금 강원도에 난기류가 형성돼 걱정이 많습니다.평창 강릉과 함께 올림픽 개최지 가운데 한 곳인 정선에서는 오늘(22일) 오후 2시 대정부 투쟁결의대회를 연다고 합니다.올림픽을 자축해야할 이 때 이게 웬 말입니까.정선 군내 161개 사회단체와 9개 읍·면에서 20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군청광장에서 올림픽 때 알파인경기를 치른 가리왕산 경기장 완전복원에 반대하는 집회를 갖는 것입니다.가리왕산 스키장은 올림픽을 위해 2000여 억 원을 들여 지은 핵심시설이지만,올림픽이 끝난 만큼 원래 상태로 되돌려놓겠다는 것이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합니다.

정선군과 강원도는 환경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올림픽 유산을 살릴 합리적 존치를 주장하고 있습니다.가리왕산의 곤돌라를 철거하고 슬로프를 복원하는 데는 공사비에 맞먹는 비용이 소요되는 것도 최소한의 존치를 주장하는 배경이라고 합니다.가리왕산은 올림픽 이전부터 환경문제가 논란이 됐습니다만,강원도의 숙원이자 국가적 과제로 대두됐던 올림픽을 위해 절충점을 찾았습니다.당시에서 환경이냐 올림픽이냐를 놓고 치열한 논란을 벌였고 지금은 다시 환경이냐 유산이냐를 놓고 갈등을 겪고 있는 것입니다.한걸음 물러나 보면 두 주장에는 모두 그럴만한 근거와 배경이 있다고 봅니다.

가리왕산이 아니더라도 이런 문제는 전국 곳곳에서 일어납니다.이런 두 주장은 다 필요합니다.환경을 도외시한 개발도,현실을 외면한 환경도 문제가 있습니다.다른 두 주장이 치열하게 경합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줄이고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결국 가치의 문제이고,강조점이 어디에 있느냐의 문제일 것입니다.한쪽을 매도하고 굴복시키려는 것은 좋은 태도가 아닙니다.1년 전 엄청난 갈등과 논란을 극복하고 결국 올림픽을 잘 치른 것처럼 이 문제도 대화를 통해 풀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문제가 꼬인 데는 그만한 까닭이 있을 것입니다.우선 정부의 태도입니다.가리왕산은 가치의 문제이자 민생의 문제입니다.정부가 약속에 얽매여 사태를 좁게 보는 경향이 없지 않습니다.설득할 수 있다면 설득하고,대안이있다면 그 선택을 해야 합니다.그런 노력 없이 정부가 필요한 어젠다만 쏙 빼가고 나 몰라라 하면 어떡합니까.이런 태도가 민심을 자극한 것입니다.강원도도 문젭니다.주도적 대안 없이 평화구호만 외쳐서 될 일이 아닙니다.정치권은 존재감도 역할도 전무합니다.결국 정부와 강원도,정치권이 자초한 사태입니다.지금이라도 민심을 더 경청하고 현장에서 답을 찾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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