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公私)구분을 포기한 것일까.아니면 안되는 것일까.원내대표를 대동하고 탈당 기자회견을 자청한 손혜원 의원을 지켜보면서 든 의문이다.전남 목포 구도심 부동산 대량 매입 논란 초기만 해도 손 의원의 진정성(?)을 믿는 국민들이 꽤 있었다.‘도시 재생과 전통문화 진흥을 위한 선의’에 방점을 찍은 손의원의 주장이 ‘재개발을 통한 고층아파트 건립’ 보다 후한 점수를 받았기 때문.이른바 ‘공익성’ 효과였다.

그러나 그의 해명과 주장은 기자회견장에서 여지없이 무너졌다.해명은 또다른 의혹을 낳고,주장은 정치적 분노로 덧칠됐다.국민적 의혹으로 번진 부동산 투기와 부패방지 및 공직자윤리법 위반 혐의는 전면 부정됐다.선의로 한일에 대해 언론과 개발업자가 마녀사냥을 하고 있다는 항변이었다.그러면서 허위사실을 보도한 언론사를 고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역사·문화에 기반한 도시재생과 소신껏 자신이 꿈꾸던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는데 왜 시비를 거느냐는 식이다.손 의원의 말처럼 국비 1조288억원을 포함해 지방비,민간투자 등 총 13조7724억원이 투자되는 99곳의 도시재생 뉴딜사업지에 국회의원을 포함한 공직자가 ‘선의’로 투자했다고 가정해 보라.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투기를 잡겠다며 다주택자에게 중과세를 물리는 등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다.그런데 손 의원은 지인과 친인척 명의로 20여 곳의 부동산을 집중적으로 매입,‘손혜원 타운’을 만들었다.부패방지법 2조 4항은 “공직자가 직무와 관련해 그 지위 또는 권한을 남용하여 자기 또는 3자의 이익을 도모하는 행위”를 부패 행위로 규정한다.이 법이 지향하는 목적을 손의원만 모르는 듯하다.아니면 ‘소신껏 꿈꾸던 세상’을 만드는데 걸림돌 정도로 여겼는지도.

손 의원은 초선 이상의 무게감을 지닌 정치인이다.브랜드·광고 전문가로 ‘더불어민주당’이라는 당명을 만들었고,‘참이슬’과 ‘처음처럼’을 작명한 네이미스트이기도 하다.그러나 그는 잦은 돌출 발언으로 구설수에 휘말리기도 했다.노무현 전 대통령서거를 ‘계산된 것’이라고 했고,최근에는 기획재정부 내부 문제를 고발한 신재민 전 사무관을 향해 ‘나쁜머리’,‘사기꾼’으로 매도해 분란을 자초했다.이제 손 의원은 막다른 골목 앞에 서 있다.그의 말처럼 검찰 수사를 통해 논란과 의혹이 규명돼야 한다.

강병로 논설위원 brkang@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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