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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광장] 출산선택시대, 육아기본수당은 저출생해결 시작일 뿐

정유선 2019년 01월 23일 수요일
▲ 정유선 강원도의원
▲ 정유선 강원도의원
학부모 대상 강의를 가면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기 자녀가 좋은 대학을 나와 안정적인 직장에 취업,결혼해서 잘 살아주길 바란다.드라마 ‘SKY캐슬’ 속 상류층 부모나,그들을 비난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식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는 평범한 부모나 그 바람은 비슷하다.반면,고등학생이나 대학생 강의에서 결혼과 출산에 대한 질문을 하면 하겠다는 학생은 한두 명에 불과하다.연애는 ‘예스’,결혼은 ‘노’다.이유를 물어보면 남학생들은 불안정한 일자리와 낮은 임금,주거비와 생계부양의 부담을 든다.여학생들은 취업도 어려운데다 결혼과 임신으로 인한 경력단절에 대한 두려움,독박육아에 대한 부담 때문에 결혼과 출산이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나 역시 독박육아로 두 아이를 키워본 터라 그 마음이 십분 이해된다.나의 첫번째 직업은 대기업의 영양사였다.영양사는 단체급식의 모든 과정을 총괄하는 업무를 한다.5년간이나 열정적으로 일했던 직장을 그만 둔 이유는 성차별적 구조 때문이었다.승진은 커녕 여직원은 결혼과 동시에 사표를 써야하는 미래가 안 보이는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친구와 창업을 했다.

매출이 오르던 장사를 접은 것은 친구의 심한 입덧과 결혼으로 인한 나의 이사 때문이었다.결혼하고 잠시 출판사에 다녔지만 임신,출산,육아의 흔한 과정을 따라가느라 소위 경력단절여성이 되었고 한번 단절된 경력은 다시 이어지지 않았다.

나는 결혼해서 양육하는 20년 동안 시민단체 활동가,상담사,프리랜서 강사,컨설턴트 등 수차례 직업을 바꿨고 여러 번 입사와 퇴사를 반복했다.그리고 끊임없이 공부하고,자격증을 땄지만 지금도 4년 계약직의 불안정한 신분이다.

20년이 지난 지금 우리 사회는 얼마나 바뀌었을까? 현재 출산의 주체인 한국의 청년여성은 불안한 일자리와 주거 등 경제적 문제와 동시에 성차별과 성폭력의 불안한 삶을 살고 있다.모두가 헬조선을 외치는 사회에서 결혼과 출산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도,누구나 해야 하는 일도 아니게 된 것이다.

한국은 지난 12년 동안 출산율 제고를 정책 목표로 삼고 116조원의 예산을 쏟아부었다.그러나 출산율이 오히려 ‘1명 이하’로 곤두박질치자 그간의 기본계획을 뒤엎고 지난해 12월 ‘저출산·고령사회 정책 로드맵’을 확정,발표했다.이번 정책의 핵심은 ‘삶의 질 향상과 성평등’이다.로드맵은 달라지는 인구변화에 적극적으로 대비하고,임금과 채용에서의 성차별,비혼 자녀에 대한 차별을 없애며,남성의 육아참여 확대를 통해 ‘함께 돌보는 사회’를 위한 정책 추진이다.아이 출산은 이제 더 이상 자연스러운 인생경로가 아니다.치열한 고민 끝에 나오는 선택이 되었다.아이는 이제 알아서 크는 것이 아니라 가족과 사회,국가의 공백 없는 돌봄과 지원을 필요로 하는 존재가 되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강원도에서 지급하기로 한 육아기본수당은 강원도의 인구절벽 문제를 해결하는 작은 시작에 불과하다.앞에서 살펴보았듯이 결혼과 출산의 주체인 청년들은 혼자의 삶도 불안해서 결혼 자체를 미루고 있다.그러므로 저출생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일자리,주거,돌봄,의료,교육,복지 등 사회 기반을 바꾸는 통합정책이 필요하고 이를 위한 전담기구 설치도 필요하다.

12·7 로드맵의 ‘삶의 질 향상과 성평등’ 선언이 선언으로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정책적 노력을 통해 강원도에 구현되어야 한다.청년들에게 좋은 일자리가 많아지고,출산과 육아가 개인의 문제가 아닌 함께 돌보는 사회가 될 때 저출생 고령사회의 문제는 해결될 것이기 때문이다.더 늦기 전에 사회의 기반조성을 시작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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