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매거진 OFF] 맛대맛, 삼숙이 VS 물망치
생물 삼숙이 포슬포슬 쫄깃한 식감
2년 숙성 고추장 푼 국물 조화 일품
물망치 오래 끓일수록 단맛 우러나
수제비 대신 야들야들 두부와 궁합

못생긴 생선이 전국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강릉이 자랑하는 삼숙이탕과 물망치탕.둘 다 동해안 바닷물고기 가운데 못생긴 것으로는 오십보백보이고,이름 또한 촌스럽기 이를데없지만,맛으로 따진다면 겨울 별미의 절대강자 자리를 다툴만하다.반전이란 바로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일까.동해안 원주민들이 즐기던 삼숙이탕과 물망치탕이 전국 미식가들의 식탐을 부르는 효자 생선이 되고 있다.삼숙이탕과 물망치탕을 먹기 위해 강릉 출장길을 자원하는 직장인도 생겨나고 있다고 하니 바야흐로 강릉의 겨울은 물망치와 삼숙이의 계절이다.

▲ 해성횟집 삼숙이탕
▲ 해성횟집 삼숙이탕


# 삼숙이탕

얼큰한 국물을 한두 숟가락만 뜨면 엄동설한,차갑게 식은 몸에 벌써 온기가 돈다.생물 삼숙이의 흐물흐물하면서도 포슬포슬하고,쫄깃하기까지 한 야릇한 식감에다 명태 곤이(강릉말로는 곤지)의 구수한 옛맛이 더해지면 추위에 움츠러들었던 입맛이 한껏 기지개를 켜면서 쉼없이 식탐을 부른다.뼈에 붙은 살을 입안에 넣고 오물오물 발라 먹자하니 식탁 삼매경이 따로없고,남은 국물에 밥 한그릇을 말아 먹어도 든든하기 이를데 없으니 이렇게 토속적인 음식이 또 있을까.

강릉이 자랑하는 삼숙이탕 얘기다.강릉 중앙시장 2층에 가면 ‘해성횟집’을 비롯 삼숙이탕으로 이름난 전문점들을 만날 수 있다.전통시장에 자리잡아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지만,매일 때마다 전국에서 이름을 듣고 찾아온 사람들이 문전성시를 이룬다.해성횟집 삼숙이탕은 고추장 국물에 삼숙이와 명태 곤이 대파와 미나리,마늘,후추,고춧가루 등의 양념을 더해 끓여낸다.여기서 국물 맛을 좌우하는 것이 고추장이다.고추장을 썼는데도 마치 된장을 푼 것처럼 구수하다.중앙시장을 24년간 지켜온 해성횟집 최정인(72) 대표는 “직접 담근 고추장을 2년간 숙성시켜 쓰는데,장맛이 삼숙이탕의 맛을 결정짓는다”고 말했다.삼숙이는 내장이 별로 없는 물고기여서 명태 곤이로 내장의 깊은 맛을 더하는데 그 맛의 궁합이 입안에 오랜 여운을 남긴다.

주재료인 삼숙이(표준어는 삼세기)는 그날그날 삼척과 동해의 어항에서 생물을 조달해 쓴다.해성횟집이 쉬는 날은 배가 못나가 삼숙이를 확보하지 못한 날이다.해성횟집은 삼숙이탕을 냉면 그릇 처럼 큰 1인용 그릇에 개인별로 떠 내놓는다.큰냄비를 사용해 손님상에서 끓이게 되면 국물이 졸면서 짠맛이 더해져 탕의 풍미가 반감될 수 있기 때문이다.너무 오래 끓이면 삼숙이 살이 물러져 식감이 사라지고,뼈만 남을 수 있기에 1인용 그릇 원칙을 고수한다.



▲ ▲한성먹거리 식당 물망치 매운탕
▲ 한성먹거리 식당 물망치 매운탕
# 물망치

겨울바다를 보기 위해 동해안을 찾으면 꼭 맛봐야 하는 생선이 있다.생긴 것은 험악하지만,맛은 자타가 공인하는 물망치 매운탕.실제 이름은 ‘고무꺽정이’이지만,강원도에서는 망치,물망치,망챙이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동해안 대표 관광도시인 강릉에는 강릉역(KTX)과 불과 10분 정도 떨어진 거리에 현지인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물망치 매운탕 전문점이 자리잡고 있다.강릉시 포남동에 위치한 ‘한성먹거리’식당.

한성먹거리 식당의 점심시간은 뜨끈하고 칼칼한 물망치 매운탕으로 겨울 입맛을 살리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로 분주하다.주방에서 먼저 초벌로 끓여져 나오기 때문에 미리 예약하고 가면 기다릴 필요없이 바로 식사가 가능해 매일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손님들은 푸짐한 양에 한 번,얼큰하면서도 혀 끝에 맴도는 감칠맛 나는 국물 맛에 또 한 번 놀라며 흰쌀밥 한그릇을 금세 비워낸다.

물망치는 못난이 생선으로 손꼽히는 아귀와 대등할 정도로 못난 외모를 가졌지만 그 맛이 일품이다.아귀와 달리 껍질에 진액이 많아 오래 끓일수록 단맛이 우러나와 식사하는 동안 얼큰하면서도 달큰한 맛이 점점 깊어진다.하얀 속살은 쫄깃하고 껍질은 흐물흐물하면서도 쫀득쫀득해 물망치를 처음 먹어보는 이들도 부담없이 먹을 수 있다.

한 냄비에 물망치와 집된장을 섞은 비법 양념장과 2가지 이상의 육수를 넣어 15∼20분 가량 끓여낸다.매운탕에 들어간 쑥갓,양파,파 등 갖가지 야채들은 국물의 향과 풍미를 더욱 그윽하게 만들고,손님상으로 나가기 전 올려지는 야들야들한 두부는 바다 생선과 어우러지는 매운탕의 대미를 장식한다.

18년째 한성먹거리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박영철(55)대표는 “바닷고기와 밀가루는 궁합이 맞지 않아 민물매운탕에 많이 들어가는 수제비 대신 두부를 넣고 있으며 매일 아침에 잡은 물망치와 신선한 재료가 맛을 좌우한다”며 비법을 소개했다. 이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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