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에게 한국하면 뭐가 떠오르느냐고 물었더니 한식(韓食)이라는 대답을 했다고 한다.어쩌면 당연한 이야기이다 싶기도 하지만 너무 당연한 나머지 잊고 있는 것은 아닌가도 싶다.음식이야말로 그 나라의 풍토와 정서,문화를 가장 총체적으로 보여 준다.나라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먹는 것은 그 나라의 지리와 환경,여기에 적응해 가는 사람들의 생각이나 예절,생활사가 결합된 결정체가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는 먹는 것보다는 입는 것에 신경을 쓰는 경향이 없지 않다.의식주(衣食住)라고 표현하는 데서도 입성을 중시한 일면이 드러나고 있다.외양을 중시하는 것은 동양권이 다 마찬가지지만 중국은 먹는 것을 더 소중하게 생각한다.그래서 중국은 요즘에는 식의주(食衣住)로 그 중요도가 바뀌는 경향이 있다.중국 속담에 “일이 있으면 일을 하고 일이 없으면 먹는다(有事干活 沒事吃飯)”는 말이 있을 정도다.

먹는 것은 대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삶의 절대 조건이다.외국인들이 음식을 통해 우리나라를 이해하고 있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인 동시에 여러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문화체육관광부와 해외문화홍보원이 지난해 세계 16개국 8000명을 대상으로 대한민국 국가이미지를 조사한 결과 40%가 한국의 대표 이미지로 한식을 꼽았다.케이팝(22.8%),한국문화(19.1%),케이뷰티(14.2%)가 그 뒤를 이었다.

음식문화가 한국을 이해하는 기저가 된다는 이야기다.나라 안에서도 지역마다 독특한 음식문화가 있다.기후와 특산물과 사람의 손맛이 빚어낸 종합예술이 음식이다.비빔밥하면 전주가 생각나고 강릉하면 초당두부를 떠올리는 것처럼 외국인들은 한식을 통해 한국을 연상한다.요즘 잘 나가는 손흥민 선수가 한국 축구를 상징하듯 외국인들에게는 한식이 우리나라를 인식하는데 대표선수 역할을 하는 셈이다.

작게는 한 지역을,크게는 한 나라를 알리는 첨병이 음식이다.닭갈비와 막국수는 춘천을 호출하는 또 다른 기호다.닭갈비·막국수 먹으러 춘천에 간다는 것에는 허기와 미각 욕구를 채우는 이상의 뜻을 내포한다.사람의 유전자를 만드는 것이 결국 음식이다.명절 때 전통음식을 장만하는 것도 고유의 맛을 잊지 않으려는 본능이다.열흘 뒤면 설이다.내 고장 맛,내 나라 맛을 음미하는 명절이 되면 좋을 것이다.

김상수 논설실장 ssookim@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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