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오타고 트레일을 다녀와서

▲ 최광철 전 원주부시장
▲ 최광철 전 원주부시장
우리나라도 폐선 철로와 옛길을 어떻게 잘 활용할 것이냐에 대해 구상하고 있다.여기 뉴질랜드 ‘오타고 센트럴 레일 트레일(The Otago Central Rail Trail)’의 좋은 사례를 소개한다.이 곳은 ‘더 내셔널(The National)’지가 세계 자전거 여행 코스 중 1위로 꼽은 곳이다.원래 이 길은 100년 전에 뉴질랜드 남섬 더니든(Dunedin)에서 클라이드(Clyde)까지 금광을 실어 나르던 150㎞의 구간이다.그러나 점차 자원이 고갈되면서 열차 운행이 중지됐고 뉴질랜드 정부는 폐선 철로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해 논의 끝에 자전거 및 도보 여행자 루트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필자는 지난해 자전거로 세계 여행하느라 이 길을 세계 각지에서 온 많은 관광객들과 같이 달려봤다.골드러시의 역사 흔적을 따라 광활한 자연과 유서 깊은 지방의 전통 문화도 함께 체험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이 길은 지역 주민들이 산책을 하거나,도보 여행가나 자전거 라이더가 주로 다닌다.과거 기찻길이었기 때문에 가파른 경사 구간이 없고 높은 언덕은 다리와 터널로 이어져 있어 기본 체력만 있으면 누구나 완주할 수 있다.

자전거 여행을 즐기는 이들을 위해 고객이 원하는 곳까지 자전거를 수송해 주기도 하고 편도로 간 뒤 그곳에서 자전거를 반납해도 된다.또한 트레일 곳곳에는 여행자들을 위한 저렴한 숙소와 역사가 깃든 호텔,게스트하우스 등이 마련돼 있다.느낀 점은 옛 정취를 그대로 살렸다는 것이다.당시 사용하던 허름한 역사도 그대로 보존했다.소소한 지역 전통이라도 의미를 잘 부각시켰다.또 예산 투입과 인위적인 시설물을 최소화했다.가급적 자연을 훼손하지 않았다.폐선 철로를 그대로 놔둔 채 그 위에 흙을 덮었고 가장자리는 철길에 있던 자갈로 채웠다.길을 가로막고 쓰러진 아름드리 고목은 베어내지 않고 그대로 비껴간다.

그리고 지역 경제효과를 유발하기 위해 관광객들이 도중에 주변 마을을 들려갈 수 있도록 숙박시설과 식당,명소를 편리하게 링크해 놓았다.여기에 민간 주도의 관리 시스템을 갖춤으로서 경쟁력을 높였으며,코스 운영에 흥미를 더했다.캄캄한 터널 안에 전기를 공급하지 않아 여행객이 직접 불을 밝히고 통과해야 하는데 오히려 좋아하는 구간이다.

과연 오타고 트레일의 성공 요인은 무엇일까.그것은 무엇보다도 지난 역사의 흔적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가짐에서 비롯된다.그리고 정부는 초기에 기반조성 지원이 끝나고 나면 조속히 민간주도의 운영관리시스템으로 전환한다는 점이다.특히 천혜의 자원이 곧 경쟁력이던 시절은 오래 전 얘기다.하드웨어 분야에 많은 예산을 투입하면 할수록 수요자들의 변화에 시의 적절하게 대응하기 어렵다는 걸 염두에 두어야한다.아울러 문화관광 전문가들과 지역주민,이해조정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해 합의해 나가는 과정이 중요하다.그 과정이 길수록 실현가능성은 더 높다.어떤 테마로 첫 삽을 뜨느냐가 결국 성패를 좌우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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