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망설임 끝에

그리움의 편지를 쓴다.

인사말과 맺는말은 접고

본론만 쓴다.

혹한의 시련, 뼛속의 고통

비난의 화살도

함께 하자고 약속한 사람

이별의 마침표가

소리 없이 다가오는 오늘도

물음표와 느낌표의 갈림길에 서서

수취인 없는 또 한 통의 편지를 띄운다.

옛 추억의 향기는

미풍 속에 코끝 스치고

타나 남은 장작불은 끝내

사랑의 심지에 활활 그리움의 불 밝힌다.

피기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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