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사병 지나간 자리, 르네상스의 발상지 되다
>> 브루넬레스키, 대형 돔
직경 42미터 붉은 지붕 인상적
무게 줄이기 위해 가운데 비워
>> 기베르티, 천국의 문
그림처럼 평면 위에서 조각
르네상스 방식 원근법 구사

▲ 피렌체의 붉은 지붕과 피렌체 대성당.
▲ 피렌체의 붉은 지붕과 피렌체 대성당.
고대 그리스의 아테네는 너무 오래 전이라 원래 모습대로의 유산은 아니다.부서지고 남은 흔적 속에서 상상으로 본모습을 재구성해야 한다.그렇다면 당대를 볼 수 있는 옛날 그대로도 있을까.이탈리아 피렌체라면 가능하다.미켈란젤로 언덕에서 내려다보는 피렌체의 붉은 지붕들,그 중심에 자리 잡고 있는 피렌체 대성당이 있다.꽃의 도시 피렌체이니 그 이름도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Santa Maria del Fiore)’ 두오모,즉 꽃의 성모 마리아 대성당이다.도시는 옛 풍경을 담고 있다.여기서 르네상스가 시작된다.

르네상스는 고대 그리스 로마의 찬란한 문화를 재생한다는 의미다.기원전 5세기의 아테네가 있었다면 거의 2000년이 지난 6백 년 전 이탈리아에서의 일이다.이탈리아 르네상스의 주요도시 위치는 대문자 Y자로 설명되곤 한다.문자모양 좌 위 꼭짓점에 밀라노,우로 베네치아,아래로는 로마,그리고 한 가운데에 피렌체가 있는 것이다.르네상스의 발상지 피렌체가 도시들을 가운데서 이어주고 있다.

이 대성당에서 주목되는 두 작가가 있다.우선 거대한 돔을 만든 사람 브루넬레스키(Filippo Brunelleschi)다.이 풍경으로부터 르네상스를 설명하는 이유는 그게 돋보이는 것이기 때문이다.그런데 돔 하나로 너무 많은 의미를 붙이고 있는 건 아닐까?사실 그 돔은 로마 베드로 대성당 다음으로 거대한 크기다.콘스탄티노플의 웅장한 하기아 소피아 돔 꼭대기는 이 돔이 올라가기 시작하는 벽 높이에도 미치지 못한다.19세기 말에 지은 미국 국회의사당을 여기 옆에 놓고 비교한다 해도 왜소해 보일 규모다.

안에서 보기에 둥근 천장 가운데는 뚫려있다.고대 로마 판테온의 뚫린 지붕 형식이다.바티칸의 베드로대성당도 이런 구조를 가지고 있다.

1296년 시작하여 100년을 넘게 짓고도 이 돔을 브루넬레스키 이전에는 세울 방법이 없어 다시 40년간이나 기다려야 했다.높이 솟아오른 건물에 직경 42미터 돔을 얹을 방법이 없었다.건축보조기둥 세우기에도 계란을 세우듯 창의적인 생각이 필요했다.두께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이중으로 돔을 올려 가운데가 비어있다.그 사이로 꼭대기에 올라갈 수가 있다. 걸어 올라야 하는 그 꼭대기는 지상 100미터의 높이니까 계단 오르기로 치자면 동네 뒷산 등산과 다를 바 없을 정도의 높이다.

당시의 이탈리아는 통일 국가가 아니었다.흑사병이 유럽을 휩쓸고 지나갔다.주변 도시들을 굴복시킨 밀라노 공국의 위협도 받고 있던 피렌체였다.강한 종교적 믿음을 내세울 높은 대성당을 짓고자 했던 것이 이 규모를 만들었다.

붉은 지붕과 달리 아래는 나무기둥을 맞이은 것처럼 색이 있는 대리석 선과 흰 벽이 무늬를 만들고 있다.본당과 그 앞의 세례당,별도의 종탑,이탈리아 대성당은 그 각각을 기본 구조로 가지고 있다.고딕의 꺾인 아치도 있지만,세례당은 둥근 아치를 가진 로마네스크 양식이다.여기서 유명한 것은 본당을 마주보고 있는 ‘천국의 문’이다.구약성경 내용을 담고 있지만 그 아름다움에 미켈란젤로가 감탄했다하여 그리 불리게 되었다.이 문을 만든 사람이 조각가 기베르티(Lorenzo Ghiberti)다.

▲ 천국의 문 중 ‘솔로몬과 시바의 여왕’ 부분
▲ 천국의 문 중 ‘솔로몬과 시바의 여왕’ 부분
젊은 기베르티와 브루넬레스키는 이 세례당 북쪽 문 공모에 응모해 최종심의에서 마지막까지 경쟁했다.심의위원들은 격론 끝에 기베르티를 당선자로 브루넬레스키를 공동참여자로 선정했지만,브루넬레스키는 공동제작을 거부했다.

결과적으로 그가 17년 뒤 돔 건축 책임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이 경쟁의 자의적 실패 이후 로마에서 건축공부에 골몰했던 덕분이기도 하다.기베르티는 북문 조각을 위해 21년의 세월을 보냈다.그리고 곧 이어 주문받은 이 천국의 문을 위해 또 27년,그렇게 50년 작가 평생을 문 두 개를 위해 보낸 셈이다.물론 그 안에 얼마나 많은 세밀한 조각들이 들어가 있는지를 보면 평생의 역작에 대해 수긍하지 않을 수 없다.

회화를 모든 학문의 여왕으로 생각했던 ‘모나리자’의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조각을 상대적으로 무시하기도 했다.그에게 회화는 모든 것을 알고 그 지식을 동원해야 가능했던 것이었다.

인체를 완벽히 아는 해부학,배경이 되는 식물학,그리고 공간을 배치하는 원근법과 같은 모든 학문의 꽃이 그에게는 회화였다.공간에 만드는 조각은 원근법이 중요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하지만 천국의 문에 있는 열 개의 이야기 중 아래쪽에 있는 한 작품 ‘솔로몬과 시바의 여왕’을 보자.이것은 원근법이 필요 없는 조각이 아니다.기베르티의 천국의 문은 르네상스 원근법을 구사하고 있는 조각이다.그림처럼 평면 위에 만드는 조각이 부조다.얕은 저부조와 거의 3차원의 공간에 가까운 고부조까지 다양한 조각 표현이 그 안에 들어가 있다.저부조는 그림과 다름없는 미술이다.

브루넬레스키와 기베르티로부터 비롯된 르네상스,피렌체 대성당은 오늘의 미술 여행자들에게 펼쳐질 황홀한 미술세계의 관문이 되고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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