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지인으로부터 입춘첩을 전달받았다.겨울의 절기가 다 지났다고는 하지만 봄이 몸으로 체감되지 않는 때다.아직 얼마간 추위를 더 겪어야겠지만 그 작은 입춘첩이 봄의 전령사처럼 따뜻하게 다가왔다.긴 겨울이 마침내 끝나가고 있음을 그 입춘첩 하나가 확인해 주는 것 같았다.봄은 겨우내 숨을 죽였던 생명 활동이 다시 시작되는 때다.그 가운데 입춘은 한 해 농사의 기준이 되는 24절기의 처음이다.

입춘은 어둡고 추웠던 계절이 끝나고 새로운 시작을 알린다.묵은 것을 털어내고 새것을 맞아들인다는 기대와 희망이 그만큼 크다.그래서 이맘때 이런 저런 소망을 담은 입춘첩(立春帖)을 집집마다 써 붙인다.이웃과 친지 주변사람들에게도 그런 마음을 담아 봄을 맞는 마음을 공유하는 것이 오래 전해오는 풍습의 하나다.겨울은 길고 지루한 시간이었지만 곧 봄이 온다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가 육필로 써 보낸 입춘첩엔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봄을 맞아 크게 길하고 좋은 일이 많이 생기길 바란다는 내용이다.가장 흔히 접하는 문구다.부모는 천년을 장수하고 자식은 만대까지 번영하라(父母千年壽 子孫萬代榮),재난은 봄눈처럼 사라지고 행복은 여름 구름처럼 일어나라(災從春雪消 福逐夏雲興)와 같이 좀 더 구체적 기원을 담아 내걸기도 한다.

그의 독특한 필체가 처음은 아니지만 또 다른 정성이 느껴진다.그가 선택한 담박한 문장이 보낸 이의 진정을 잘 드러내는 것 같았다.지난 1월이 봄의 기운을 간직한 겨울이었다면,오늘 시작되는 2월은 겨울의 그림자가 남아있는 봄이 될 것이다.특히 올 2월은 시작하자마자 주말과 입춘(立春·4일)이 낀 5일 간의 설(5일)연휴로 이어진다.명절 연휴의 열기와 더불어 시작되는 올 2월은 한층 봄을 재촉할 것 같다.

며칠 지났지만 그에게 모바일 답신을 써 보낸다.그는 지난해 춘천에 와 한 국립대에서 근무 중인 중국인 H 교수다.이국땅에서 명절을 쇠고 봄을 맞는 감회가 남다를 것이다.춘천에서는 계절을 가리지않고 쓸 수 있는 전천후 입춘첩이 있다.춘천에 오면 크게 길하게 된다는 또 다른 ‘입춘대길(入春大吉)’이다.모든 게 뜻대로 되라는 만사여의(萬事如意)로 짝을 지어봤다.‘입춘대길(入春大吉) 만사여의(萬事如意)’!

김상수 논설실장 ssookim@kado.net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