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상희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간호사
▲ 주상희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간호사
필자는 현재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 강릉펜션사고 학생들이 입원한 원주세브란스 기독병원 중환자실에서 간호사로 일하고 있다.의료진의 정성스러운 돌봄에 학생들이 무사히 퇴원할 수 있게 되었다.비록 필자가 학생들에게 직접 의료행위를 하지 않았지만 퇴원하는 학생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병원의 일원으로 한없는 뿌듯함을 느꼈다.그리고 학생들을 잘 간호하고 퇴원할 수 있도록 힘써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어졌다.고통 속에 신음하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의료진들이 얼마나 큰 중압감을 느꼈을지 필자는 가늠할 수가 없다.수많은 어려움을 이겨내고,끝내 학생들을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신 의료진에게 너무나 감사하다.

4년전 메르스와 사투를 벌이던 동탄성심병원 중환자실 간호사는 간호사를 저승사자와 싸우는 사람이라 표현했다.그 표현이 그 당시에는 크게 와닿지는 않았다.그 후 1년,2년 간호사 생활을 하면서 누가 어느 부위에 욕창이 생겼는지 등을 파악해 내는 과정을 거치면서 그 뜻을 조금이나마 헤아려 볼 수 있었다.하루종일 아빠를 기다리고 있는 아이를 퇴근하자 마자 따듯하게 안아주지 못하고 혹여나 병원균이 아이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까 염려돼 목욕부터 해야 하는 자신을 바라보며 ‘평범한 가정의 아빠들처럼 퇴근하자마자 아이를 반겨주는 가장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가끔하기도 하지만,이렇게 건강하게 환자가 퇴원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이 직업을 택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는 의료인이 되겠다는 마음으로 하루하루 느슨해진 마음을 다시 조이지만 저승사자와의 싸움이 그리 녹록지만은 않다.모두가 힘들다고 이야기했던 환자가 기적적으로 좋아진 경우도 있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있었다.수치상으로는 좋아진 환자였는데,병원에서 지내는 것보다 일상생활을 하면서 통원치료를 하는 것이 환자에게 더 좋다고 판단되는 환자였는데,안타깝게 유명을 달리하신 분들을 보면서 저승사자와 싸우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병원에서 열심히 환자를 위해 싸우는 간호사들의 고생을 알아달라고 이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다.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것이 당연한 일이고 생명을 지키지 못한다면 손가락질 받는 것 또한 기꺼이 감내해야 하는 것이 간호사들이 하는 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하지만 학생들을 서울대 의대로 보내는 것이 그 학생의 인생을 구원하는 길이라 생각하는 드라마 속 주인공들을 보며 열광하는 요지경 세상 속에서,학생들의 진짜 생명을 위해 악착같이 싸운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의료진들에게 칭찬의 말 한마디 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 글을 쓰게 되었다.사람을 살리고도 아무런 관심조차 가져주지 않는 냉엄한 현실 속에서도 묵묵히 오늘도 환자를 살리려 애쓰는 원주세브란스 의료진에게 이번 기회를 힘입어 존경과 경의를 표한다.그리고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우리 의료진을 전적으로 믿어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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