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인이 컴퓨터 27대 돌려 범행…출입국사무소·경찰 등 사건처리 ‘허술’

한 과학기술특성화 대학에서 제적당한 외국인 학부생이 대학 공용컴퓨터실에서 가상화폐를 얻기 위한 채굴(마이닝) 작업을 했다가 덜미를 잡혔다.

출입자격도 없는 외국인이 학교 건물에 침입해 공용 기기를 악용해 범행한 사건인데, 출입국외국인사무소나 경찰 등 관계 기관의 후속 대응이 미온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7일 이 대학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인 A(22)씨는 지난 1월 말 학부 건물 컴퓨터실의 컴퓨터 27대에 비트코인과 모네로(익명성이 강한 암호화폐)를 채굴하는 프로그램 ‘HoneyMiner(허니마이너)’를 설치해 가동했다.

대학 측은 ‘컴퓨터실에서 비트코인이 채굴된 흔적이 있다’는 내용의 제보를 받고 진상 파악에 나섰다.

최근 이 대학과 관련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캐드실 컴퓨터에 ‘허니마이너’라는 프로그램이 있어 호기심에 클릭해 봤더니, 가상화폐를 채굴하는 프로그램이었다”면서 “해당 프로그램이 1월 25일 설치된 이후 최소 사흘간 가동된 기록도 확보했다”는 글이 게시된 바 있다.

대학 측은 이달 1일 학교 안에서 A씨를 붙잡아 경찰에 신고하고, 2일에는 A씨 신병을 울산출입국외국인사무소에 인계했다.

대학의 자체 조사 결과 A씨는 2014년 입학해 지난해 1학기까지 외국인 학부생으로 재학했으나, 학교 등록을 하지 않아 지난해 9월 제적 처리됐다.

대학 관계자는 “A씨는 제적된 상태여서 건물 출입증이 없는 데도, 다른 출입자를 뒤따라가는 방법 등으로 건물을 드나든 것으로 보인다”면서 “A씨가 제적된 이후 어디서 생활했는지, 학교를 얼마나 드나들었는지, 실제 비트코인 채굴 성과가 있는지 등은 파악이 어렵다”고 밝혔다.

비트코인 채굴 프로그램은 동시에 많은 컴퓨터를 가동해야 하고, 데이터 처리 과정이 복잡해 일반 프로그램보다 더 많은 전기를 사용한다.

이 때문에 성능 좋은 컴퓨터 수십 대를 동시에 가동할 수 있는 데다, 전기료 부담이 없는 대학 공용 컴퓨터를 가상화폐 채굴에 악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A씨는 방학을 맞아 컴퓨터실 이용자가 많지 않다는 점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대학 측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학교 내 공용 컴퓨터를 전수조사하고, 앞으로 주기적으로 불법 프로그램 설치 등을 검사하기로 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울산출입국외국인사무소와 경찰 등은 A씨의 신병처리 방향이나 처벌 수위 등에 대해 별다른 계획이나 방침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울산출입국외국인사무소는 7일 A씨 신병처리 계획을 묻는 취재진에게 “지난 1일 대학 측이 A씨의 자진 출국 가능 여부를 문의해, 자진 출국에 문제가 없다고 답변했다”면서 “현재 출입국사무소는 A씨 신병을 확보하고 있지 않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A씨 신병을 출입국사무소에 넘겼다’는 대학 측 확인에 따라 재차 문의하자 “현재 처리 중인 사안이어서 답변이 곤란하며, 취재는 법무부 대변인실에 문의하라”고 대답을 회피하는 등 외국인 범죄 관리와 대응에 미숙함을 보였다.

사건 신고를 받은 경찰도 A씨에 대한 별다른 수사 계획을 세우지 않고 있다가, 7일 언론을 통해 해당 사건이 알려지자 울산경찰청 사이버수사대 등이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달 28일 경남에서는 한 대학교수 실험실 컴퓨터를 이용해 비트코인을 채굴한 혐의(업무방해·절도)로 연구원 2명이 경찰에 불구속 입건되기도 했다.

이들은 2016년 5월부터 지난해 11월 중순까지 비트코인을 채굴하려고 실험실 컴퓨터 13대 등을 몰래 가동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대학은 내부 제보로 범행을 확인, 이들 연구원에게 전기요금 570만원을 청구하고 경찰에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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