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현옥 한국여성수련원장
▲ 유현옥 한국여성수련원장
요즘 나의 일상적인 고민은 몸이다.늘어난 체중에 대한 걱정으로 다이어트에 대한 유혹을 받고 있고,정기건강검진에서는 골감소 현상도 나타났다.게다가 아침저녁으로 자주 붓는 것도 신경이 쓰인다.이 모든 게 나이 탓이라는 생각이 든다.시나브로 허물어져가고 있는 몸을 인식하고 있는 중이다.찬찬히 살펴보면 여러 증후가 보인다.그 탓에 식탁에는 영양제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화장대에도 각종 기능이 담겼다는 화장품이 늘어났다.늘어진 근육과 쇠퇴해지는 몸의 기능을 인식하며 노년의 삶을 본격적으로 구상해야하지 않을까 초조해진다.

지난해 우리사회는 여성들의 목소리가 제법 높았다.그동안 여성들을 억누르고 있었으나 표면화되지 못했던 이슈들이 용기 있는 몇몇 여성들 덕에 수면으로 올라왔고,함께 손 내미는 힘이 있어 파장이 확장됐다.낮은 성인지 감수성으로 인해 의식 없이 행해지던 일들에 제동이 걸리자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도 제법 크다.“안 그런 사람이 어디 있어?…어디 겁나서 여자들이랑 같이 자리하겠나?” 이런 식의 말을 자주 듣는다.더불어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지만 이 말에도 여러 색깔의 힘이 실린다.

페미운동 가운데 큰 이슈가 여성의 몸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자는 것이다.혜화역 시위가 거셌고,‘불꽃페미액션’의 시위는 그 의미를 충격적으로 전달했다.페이스북이 여성과 남성의 몸을 다른 잣대로 평가하는 규정에 항의해 여성들이 상의를 벗고 시위를 한 것이다.이러한 토플리스 운동은 여성운동사에서 종종 드러나는데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고 논쟁점을 던지는 면에서 여전히 효과가 있다는 걸 보여주었다.상대적으로 우리의 의식도 여전히 그 지점에 머물러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나이 드는 몸에 대한 걱정을 하면서 ‘탈코르셋’ 운동을 동시에 떠올린다.‘몸에 대한 가부장적 시선’을 벗어내려는 여성들의 노력이 ‘탈코르셋운동’으로 표현되며 공감을 확장하고 있다.여성들이 자신을 억압하는 타인이 시선에서 벗어나려고 애쓰고 있는 것이다.나는 여성운동을 한다면서 왜 자꾸 몸(보여지는 몸)에 대한 고민이 생기는 것일까?내 생각은 왜 이렇게 이중적일까?이런 갈등을 하며 다시 페미니즘 서적을 펼쳐든다.또 우리사회를 흔들고 있는 젊은 여성들의 활동도 찬찬히 들여다보고 분석하는 중이다.특정 조직에 몸담지 않아도 자신의 자유의지에 따라,공감하는 이슈에 따라,모이고 생각을 드러내는 행동을 보면 그렇게 살아오지 못한 것에 슬그머니 주눅이 든다.

여성들의 교육 공간에서 일하다보니 다양한 워크숍이나 강의를 하게 되는데 여기에 참여하는 젊은 세대를 보면 나의 의식과 감정이 따로 논다.논리적으로는 맞는듯한데 남성중심사회에서 오래 살아온 나에게는 낯섦과 불편함이 종종 느껴진다.머리를 짧게 자르고 헐렁한 옷을 입어 성정체성을 쉽게 가늠할 수 없는 사람,스커트 옆을 터서 허벅지가 훤히 드러나는 롱드레스를 입은 사람,이들 모두 한국여성수련원에서 여성이슈를 고민하는 활동가들이다.꾸미거나 꾸미지 않거나,스스로의 선택이라는 것을 그들은 행동으로 보여준다.오늘 아침,칙칙하고 늘어진 얼굴을 거울 속에서 바라보며 그동안 안 해본 눈 화장을 위해 ‘아이섀도를 살까’ 하는 유혹을 받으며 단상들이 뒤섞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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