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기상으로는 봄이 시작됐지만 아직 완전한 봄이 오기까지는 좀 더 기다려야 한다.지난 4일 입춘(立春)이 지났고 이미 사람들의 마음속엔 봄기운이 번져가고 있을 것이다.이런 환절기에 예기치 않은 사고를 만나기 쉬워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순간의 방심이 돌이킬 수 없는 화를 부르기도 한다는 점에서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을 것이다.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겨울 산행에 나섰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가 아닐까 한다.

등산은 마음만 먹으면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누구나 큰 비용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각자의 체력 조건에 맞춰 코스를 정하고 준비물을 갖춰 등산에 나선다면 이보다 경제적인 여가활동이 없을 것이다.그러나 산에 오르는 일은 누구나 마음먹으면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것인 동시에 마음만 앞세우고 쉽게 생각했다가는 큰 코 다칠 수 있다.이처럼 무거운가 하면 가볍고 가벼운가 하면 무거운 양면성을 지닌 것이 등산이다.

기상 변화를 쉽게 예측할 수 없는 겨울 산행은 더욱 그렇다.산이 주는 느낌과 매력은 춘하추동 계절마다 다르지만 눈 덮인 겨울 산을 걷는 일은 각별한 재미를 준다.다른 계절에 비해 악조건을 극복해야 하지만 어려운 만큼 산행이 주는 매력이 특별하다고 한다.온갖 나무들은 예외 없이 여름내 무성했던 잎을 다 떨구고 있다.맨몸으로 혹한을 견디고 있는 자연을 접하면서 각자 삶의 등정을 반추해 보게 되는 것이다.

등산은 정상에 오르는 것이 목표가 돼서는 안 된다고 한다.안전하게 하산해야 비로소 등산이 완성된다는 것이다.너무나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다.목표를 정상에 두고 일정을 짜고 체력을 소모하면 뒷감당이 어려워진다.겨울 산행은 눈과 빙판이 많아 시간이 더 걸리고 해가 빨리 떨어져 길을 잃기 쉽다고 한다.체력도 시간도 겨울 산이 지닌 이런 점을 충분히 감안,여유 있게 일정을 짜야 하는 것이다.

지난 주말에도 사고가 잇따랐다.9일과 10일 양양 약수산과 양구 봉화산을 오르던 50대 2명과 삼척 원덕읍에서 트레킹을 나섰던 60대가 숨졌다.올겨울 지난해 12월 이후 91건의 산악사고가 발생 3명이 숨지고 105명이 다쳤다.지난해 강원 도내 산악사고는 대부분 무리한 산행(51.1%)과 부주의로 인한 실족·추락(28.7%)으로 나타났다.마음만 앞세우고 무리를 하면 결국 사고로 이어진다는 것이 겨울 산행의 교훈이다.

김상수 논설실장 ssookim@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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