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매거진 OFF] 삼척정월대보름제
15∼17일, 19일 가람둔치 등
달집태우기, 술비놀이 ‘눈길’
엑스포광장서 기줄다리기

새해 첫 보름달이 뜨는 정월대보름(음력 1월15일)은 예로부터 농사의 시작을 뜻하는 날로 한 해 계획을 세우고 풍년과 복을 기원해 조상들은 설날만큼 중요한 날로 여겼다.그러나 우리의 삶이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를 넘어 정보사회로 바뀌어서인지,달력의 빨간 날이 아니어서인지 정월대보름의 존재감이 흐릿해졌다.여느 고장을 떠들썩하게 했던 정월대보름맞이 행사는 점점 간소화되고 있고,몇해전부터는 구제역,AI에 치여 아예 취소되는 경우도 있다.다행히 예전처럼 정월대보름에 주민들이 한데 모여 큰 판을 벌이는 곳이 있으니 바로 삼척이다.삼척정월대보름제는 지역 최대 전통문화축제로 꼽히며 여전히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 삼척정월대보름제 기줄다리기.
▲ 삼척정월대보름제 기줄다리기.


▲ 삼척정월대보름제 술비놀이.
▲ 삼척정월대보름제 술비놀이.
# 게줄?, 기줄?

올해 삼척정월대보름제는 오는 15∼17일,19일 펼쳐진다.장소는 동해고속도로 삼척IC에서 5분 거리인 엑스포광장,가람둔치 등이다.

축제 백미인 기줄다리기대회는 17일 낮 12시30분 엑스포광장에서 막을 올린다.삼척에서 내로라하는 역사(力士)들이 24개팀으로 나눠 자웅을 겨루는 기줄다리기는 보고만 있어도 힘이 불끈 솟을 정도로 역동적이다.지난 2015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오를 정도로 명성을 얻고 있는 기줄다리기는 경기 방식이 어렵지 않아 보는 재미를 더한다.게의 발처럼 생긴 4가닥의 줄로 상대편을 끌어당기는 쪽이 승리한다.예부터 삼척 사람들은 ‘게’를 ‘기’로 불러 ‘게줄다리기’가 아니라 ‘기줄다리기’다.

메인 이벤트 말고도 초교생,중학생,군인 등이 각각 출전하는 기줄다리기가 15일부터 17일까지 매일 치러진다.관광객들은 일행과 함께 애기속닥기줄다리기를 직접 해볼 수 있고,‘에헤야 술비야 술술 술비야,달이 뜨네 달이 뜨네 정월보름 다가왔네’라고 노래를 부르며 기줄 만드는 과정(술비놀이)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 삼척정월대보름제 달집태우기.
▲ 삼척정월대보름제 달집태우기.
# 달집 태우며 소원빌고

기줄다리기만큼 인기가 높은 달집태우기는 16일 오후 7시 가람둔치에서 열린다.생솔가지 등으로 쌓아올린 나뭇더미에는 관광객이 써넣은 소원도 담긴다.빨갛게 불꽃이 피어오르면 농악대와 놀이패가 흥겨운 가락으로 분위기를 돋운다.

축제기간 이색적인 볼거리로 전국남근조각경연대회를 빼놓을 수 없다.매년 이 대회에는 전국의 조각가들이 참가해 풍요와 다산의 상징에 예술 혼을 불어넣고 있다.역대 선정작 등 140여점의 작품들은 원덕읍 신남마을에 있는 해신당공원에 전시돼 있다.신남마을에서는 바다에 빠져 죽은 처녀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향나무로 만든 남근을 바치는 서낭제가 400년 넘게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축제에서는 오십천에 소원 박띄우기를 비롯해 망월놀이,한복·전통의상 입기,연만들기·날리기,달등 소원쓰기,솟대 만들기 등 가족이나 친구,연인이 즐길 수 있는 체험도 즐비하다.게다가 유료 체험객에게는 체험비에 상응하는 금액을 삼척사랑상품권으로 되돌려줘 사실상 공짜다.

메인 축제장에서 죽서루를 비롯한 삼척해변,이사부길,미로정원,민물고기전시관 등 유명 관광지가 20분 이내 거리여서 잠시 다녀오기에 부담이 없다. 김정호 kimpro@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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