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귀재 짐 로저스(77)가 3월 북한을 방문한다.그의 말과 걸음이 민감한 사업가적 감각을 반영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는다.최근 우리나라에도 여러 차례 방문했다.그는 워런 버핏,조지 소로스와 더불어 세계 3대 투자자로 꼽히는데 그의 방북 소식은 어떤 정치언어보다 강한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그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초청으로 부인과 함께 북한을 찾을 것이라고 한다.

그가 등장한 타이밍도 관심을 끈다.1년 전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한반도에 평화무드가 조성돼 가는 때다.오는 27,28일에는 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린다.1년여 조정기를 거친 한반도 정세가 또 한 번 변곡점을 맞고 있는 시점이다.북미회담이 성사돼 기대가 큰 편이지만 그렇다고 결과를 속단하긴 이르다.이런 때 사업가능성을 찾는데 동물적 감각을 지닌 투자자의 행보는 정치의 향배를 점쳐 보는 좋은 가늠자다.

투자자는 잠재력과 가능성을 보는 특별한 안목이 있다.남이 주목하지 못한 곳에서 가치를 찾고 이익을 실현한다.정치적 감각이 휘발성이 큰 데 비해 사업가의 선택은 자기책임성이 강하다.그는 늘 의외의 지점에서 사업아이템과 수익모델을 찾았다.2014년 서울대 강연에서 다시 태어난다면 무엇을 하겠느냐는 질문을 받자,중국 여자와 결혼해 농업에 종사하겠다고 대답했다.어투는 농담처럼 가벼웠지만 사업가적 진면목이 보여주는 말이다.

중국의 시장성과 농업의 사업성을 본 것이다.학생들에겐 농대(農大)를 가라고 권했다.북한을 보는 시각도 같은 맥락이다.2015년 미국 CNN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전 재산을 북한에 투자하고 싶다”는 말을 했다.바짝 얼어붙었던 한반도 정세를 감안하면 한참 튀는 발언이었지만,선견지명이 있었던 것 같다.지난 1월 KBS와 인터뷰에서는 “남북통일이 되면 한반도가 세상에서 가장 주목받는 나라가 될 것”이라는 말이 이어갔다.

때로 정치의 과잉이 정치의 시계(視界)를 가린다.경제의 창(窓)을 통해 정치를 보는 것도 좋겠다.그는 한국은 매우 흥미로운 국가이며 지금 남북한에 엄청난 기회가 오고 있다는 말도 했다.이미 금강산 골프리조트를 보유한 국내 개발업체의 사외이사로 선임됐다고 한다.일련의 언행으로 보면 그의 방북이 갑작스러운 일도 아니다.짐 로저스의 방북이 한반도의 봄을 확인해 주는 전령사가 되길 빈다.

김상수 논설실장 ssookim@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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