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현태 평창주재 취재국장
▲ 신현태 평창주재 취재국장
평창 동계올림픽을 개최한지 1년이 지났다.지난 9일 평창올림픽스타디움에서는 국내 외 주요 인사와 올림픽 자원봉사자,서포터즈,주민 등 6000여명이 모여 올림픽 1주년 기념식을 치렀다.강릉 아이스 아레나에서는 성대한 기념행사도 펼쳐졌다.올림픽 1주년을 맞아 강원도는 평창동계올림픽이 가져다 준 평화의 유산을 되새기기 위한 피스 위크(Peace Week)를 설정,평창과 강릉,정선 등 올림픽 개최지는 물론 도내 곳곳에서 다양한 행사가 펼쳐지고 있다.

그러나 올림픽 1주년이 됐지만 올림픽 개최지역은 올림픽 당시의 환희와 감동,부푼 희망은 간데없고 사라져 가고 있는 올림픽의 흔적과 제자리 걸음만 하고 있는 유산사업의 현실에 직면해 있다.올림픽 1주년 기념식이 열린 지난 9일 평창올림픽스타디움에 모인 평창지역 주민들은 허허벌판으로 변한 올림픽 주무대를 보며 한결같이 아쉬움과 허탈한 심경을 토로했다.올림픽의 개·폐회식이 열렸던 3만5000석 규모의 웅장한 스타디움은 모두 철거됐고 5각의 원형만 유지한 채 잔디밭으로 복구해 운동장도,공연장도 아닌 어정쩡한 모양새로 남겨져 있고 성화대만 외로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주민들은 개·폐회식장을 운동장으로 조성,여름철 고원전지훈련장이나 축구장 등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해 주길 바랐지만 원형대로 시설물만 철거한 채 남겨져 앞으로 이용방안을 찾기도 어려운 현실이다.

주민들이 추진위까지 구성해 올림픽기념관으로 활용하자고 요구했던 개·폐회식장의 메인 건물도 지상 7층 규모에서 4층을 철거하고 현재 3층 규모만 남았다.기념관으로 조성할 남아있는 건물도 4각형 성냥갑 모양의,건축미는 찾아볼 수 없는 모습으로 주민들은 마치 물류창고 같다는 혹평을 쏟아내고 있다.기념식에서 만난 한 지역주민은 올림픽이 폐막한 후 개·폐회식장과 메달플라자를 모두 철거하며 흉물로 변한 모습이 보기 싫어 한동안 이 곳에 와 보지 않았다며 “도대체 이 꼴이 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평창의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와 강릉의 경기장 두 곳도 활용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더구나 정선군의 국내 유일 알파인 활강경기장은 원상복구해야 한다는 정부와 합리적 존치를 요구하는 주민들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올림픽 때 수많은 관람객과 인파로 넘쳐났던 횡계리의 올림픽플라자는 허허벌판에 올림픽 참가국 국기게양대와 봅슬레이 모형의 포토존만 덩그러니 남아있다.24만㎡에 달하는 이 공간은 평창동계올림픽이 남긴 최대 유산인 평화를 테마로 올림픽기념공원을 조성할 예정이지만 정부의 무관심속에 허허벌판으로 1년이란 시간을 허비한 것이다.

남북은 물론 북미간 화해와 평화의 물꼬를 튼 평창올림픽의 주무대는 올림픽이 열린지 1년만에 잊혀지는 현장으로 전락하고 있다.늦었지만 올해안에 올림픽기념재단 설립과 함께 경기장 활용방안이 마련되고 올림픽기념관과 기념공원 조성사업이 차질없이 추진되도록 모두의 관심이 필요한 때다.다시 1년이 지난 내년.올림픽 2주년 기념식 때는 지역을 찾아오는 관광객들을 떳떳이 안내하고 자랑스럽게 설명하는 주민들의 모습을 보고싶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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