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대전공장 폭발사고로 숨진 3명 모두 20∼30대…안타까움 더해

화약과 폭약 등을 취급하는 한화 대전공장 폭발사고로 숨진 근로자 3명은 모두 20∼30대 청년들이다.

이들은 가정에서는 부모에게 용돈을 주는 효자였고, 학교에서는 모범생이자 우등생이었다.

대기업 사원증을 목에 걸며 남부럽지 않게 살아 보겠다던 이들의 꿈은 갑작스러운 사고로 한순간에 물거품이 됐다.

15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전날 오전 8시 42분께 대전 유성구 외삼동 한화 대전공장 내 추진체와 연료부를 분리하는 이형공실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해 직원 3명이 숨졌다.

숨진 직원들은 조립동 근로자 A(24)씨와 B(24)씨, 품질검사 담당 C(32)씨 등 3명이다.

조립동 근로자 A씨는 대학 졸업반이던 지난해 9월 이 공장에 정규직 채용을 전제로 한 인턴사원으로 입사해 지난달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꿈에 그리던 대기업 정규직 사원이 된 것이다.

사고 다음 날인 이날이 그의 대학 졸업식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졸업식에 참석한 A씨의 친구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참사 소식을 들었다며 안타까워했다.

한 친구는 “한화 공장에서 폭발사고가 났다는 뉴스를 접한 뒤 친구들 단체 카톡방에 사망자 가운데 한 명이 우리 과 친구라는 글이 올라와 깜짝 놀랐다”며 “오늘 함께 졸업식을 하며 사진을 찍어야 했는데 안타깝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A씨의 지도교수는 이날 연합뉴스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A군은 조용하지만, 책임감이 강하고 자기 할 일을 열심히 하는 우수한 학생이었다”며 “학회장을 맡아 학과 학생들을 이끌 정도로 리더십도 강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얼마 전 한화 공채에 합격했다며 기뻐하길래 대기업에서 성장하려면 어학이 필수라는 조언을 했는데, 이렇게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져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숨진 근로자들의 빈소가 마련된 대전 유성구의 한 장례식장에는 울음소리와 탄식이 끊이지 않았다.

빈소는 차려졌지만 사고 원인과 부검 결과가 나오지 않아 가까운 친척을 제외하고는 조문객을 받지 않고 있는 상태다.

고인들을 추모하는 조화가 더 쓸쓸하게 느껴졌다.

오열하다 지친 유족들은 빈소에 앉아 멍하니 고인의 영정사진만 바라보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비보를 듣고 달려온 친척들은 국화꽃 사이에 놓인 영정사진을 바라보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품질검사 담당 C씨의 고모는 “어떻게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작년에도 사고가 나서 사람들이 죽었다고 하던데, 어떻게 1년도 안 돼 같은 사고가 날 수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어 “조카를 지난 설에도 만났는데 그렇게 착할 수가 없다”며 “이렇게 착한 아이를 왜 먼저 데려갔는지 하늘이 원망스럽다”고 탄식했다.

C씨에게는 아내와 네 살배기 딸이 있다.

그의 어린 딸은 아빠의 사고 사실도 모른 채 생글생글 웃으며 소식을 듣고 달려온 친척들에게 재롱을 피우고 있었다.

C씨 아내는 “작년에 공장에서 폭발사고가 난 뒤 남편이 매우 불안해했다”며 “1년도 안 돼 비슷한 사고가 났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전날 근로자 3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한화 대전공장에서는 지난해 5월 29일에도 로켓추진 용기에 고체연료를 충전하다 폭발과 함께 불이 나 현장에서 근로자 2명이 숨지고 7명이 다쳤다.

이후 병원 치료를 받던 근로자 중 3명이 추가로 숨지면서 모두 5명이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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