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기관 전략회의서 수사권 조정·자치경찰제 도입 동시추진 필요성 지적
공수처, ‘검찰 개혁’ 성격은 부수적…최고권력 사정기관이 ‘본질’
권력기관 잘못된 과거사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 당부

▲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정원·검찰·경찰 개혁 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 문 대통령과 참석자들은 권력기관 개혁 작업 진행 상황을 점검한 뒤, 검경수사권 조정, 국정원법 개혁, 공수처 설치에 대한 의견을 논의했다. 2019.2.15
▲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정원·검찰·경찰 개혁 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 문 대통령과 참석자들은 권력기관 개혁 작업 진행 상황을 점검한 뒤, 검경수사권 조정, 국정원법 개혁, 공수처 설치에 대한 의견을 논의했다. 2019.2.15
문재인 대통령이 권력기관 개혁의 핵심 사항인 자치경찰제를 통해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른 경찰 비대화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15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가정보원·검찰·경찰 개혁 전략회의에서 “수사권을 조정하면 경찰이 지금보다 비대해지는 것은 사실”이라며 “자치경찰제가 도입돼 비대해지는 경찰 권력을 분산해 균형을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에 대해선 검찰개혁 수단의 성격 보다는 대통령을 위시한 고위권력층에 대한 사정기관이 본질이라는 점을 짚어 설립 시 성역 없이 역할 할 것임을 시사했다.

아울러 과거 권력기관이 저지른 비위의 진상을 규명하는 활동이 잘 이뤄졌다고 평가하면서 그러한 과거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강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 자치경찰로 중앙경찰 비대화 우려 해소…檢 중요사건 직접 수사기능 유지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수사권 조정과 자치경찰은 서로 간의 전제조건일 수는 없지만 가능하면 동시에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이러한 생각은 수사권 조정 시 경찰의 권력이 비대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맞닿아 있다.

문 대통령은 “수사권을 조정하면 경찰이 지금보다 비대해지는 것은 사실이고, 국민의 걱정이 있을 수 있다”며 “그 균형을 위해서라도 자치경찰제가 도입돼 한편으로는 비대해지는 경찰 권력을 분산해 균형을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즉, 수사권 조정이 이뤄져도 경찰 권력의 총량은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 문 대통령의 생각이다.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서도 사정기관 간 적절한 수사권 배분 문제로 수렴하는 검·경 수사권 조정과 자치경찰제 도입 문제를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수사권 조정을 두고 검찰 측에서 불만을 제기하는 기류를 고려한 듯 “검찰이 거부감을 가질 이유가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수사권 조정에 따라 검찰의 일반 사건 수사 지휘권이 없어진다 해도 중요사건 직접수사 기능은 여전히 검찰이 가지고 있으므로 검찰이 오히려 중요사건에 더 집중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검찰 측이 반발하고는 있으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정부가 마련해 온 취지대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재차 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문 대통령은 자치단체장들 상당수가 여당 소속인 현 상황에서 자치경찰의 중립성이 유지될 수 있을지가 관건인 만큼 중립성을 확실히 보장할 수 있는 별도의 장치를 고려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 최고 권력 감시할 특별사정기관으로서 공수처 필요성 재차 천명

문 대통령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의 본질은 검찰 개혁 방안이 아닌 대통령 등 최고위층 권력자들에 대한 특별사정기관임을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회의에서 “검찰·경찰이 대통령 친인척, 대통령 주변의 비리에 대해 제 기능을 못 했다”면서 “특별사정기구로 2002년 대선 때 노무현·이회창 후보 모두 공수처 설치를 공약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공수처의 수사 대상에 권력자들을 포함하다 보니 판·검사도 대상이 됐는데 이것이 검사의 잘못을 시정하는 방법으로 부각됐다. 선후가 그렇다”고 말해 공수처가 가지는 검찰 개혁 방안의 성격은 부차적인 것임을 시사했다.

문 대통령은 “공수처는 아니더라도 다른 방식으로 거의 같은 효과를 거두는 방안까지 논의돼 다행스럽게 생각된다”고도 말했다.

이에 대해 조국 민정수석은 브리핑에서 “박영선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이 특별감찰관제와 상설특검법을 합하고 감찰 범위를 넓히는 등의 방법으로 공수처에 준하는 역할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의견을 냈다”고 설명했다.

조 수석은 “대통령은 그 역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는 입법 논의에 막혀 공수처 출범이 언제 이뤄질지 기약할 수 없는 상황에서 최고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할 장치가 그만큼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읽힌다.

조 수석은 그러나, “박 위원장의 안은 국회 협상 과정을 가볍게 이야기한 것”이라고 말해, 현재 이 ‘제3의 길’이 무게감 있게 검토될 가능성은 없다는 점을 시사했다.

◇ 과거사 반복하지 않을 개혁 법제화 필요성 거듭 강조

문 대통령은 국정원과 검찰·경찰이 추진해 온 개혁의 성과를 높이 평가했다.

각 기관의 개혁위원회 위원장이 추진한 개혁 경과를 보고받은 문 대통령은 “국정원이나 경찰은 과거사 진상조사를 한 적 있으나 검찰은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굉장한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다만, 권력기관의 과거사 바로잡기에서 끝낼 것이 아니라 불행한 과거를 반복하지 않을 법과 제도가 갖춰질 때까지 개혁의 고삐를 죄어야 한다는 점을 역설했다.

이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권력 이동에 맞춰 ‘변신’했던 권력기관의 구태를 근절하고 국민의 ‘공복’으로서 역할을 하는 항구적인 틀을 마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지금까지 잘해 왔지만 법·제도 개혁까지 가지 않으면 이것이 또 (과거로) 돌아갈지 모른다”며 “당겨진 고무줄이 되돌아 가버릴지도 모른다는 것이 참으로 두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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