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김정은 ‘영변+α’ 빅딜 가능할까…비관·낙관 엇갈려
美 ‘제재완화’ 유연태도에 北화답여부 주목…시간 쫓겨 구체성 담보 어려울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두 번째 정상회담이 17일로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북미는 오는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2차 정상회담에서 지난해 6월 첫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완전한 비핵화 등의 합의사항을 구체화한다는 방침이다.

아직은 결과를 예단할 수 없다. 2차 정상회담 합의문에 담길 구체 사항에 대해 북미가 접점을 찾은 듯한 징후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외교 소식통은 17일 “합의문 내용은 현재 백지에 가깝다”고 말했다.

합의문 내용을 어떻게 채울지는 오는 20일을 전후해 하노이에서 진행될 것으로 알려진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 간의 실무협상 결과에 달렸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지난 6∼8일 평양에서 진행한 협의에서 확인한 상대의 속내를 본국에 보고했을 두 사람은 자국 정상으로부터 받은 구체적인 지시를 바탕으로 이번 주 본격적인 ‘주고받기’에 나설 예정이다.

전망은 엇갈린다. 낙관적 신호와 비관적 신호가 동시에 감지된다.

우선 낙관적 측면은 북한이 ‘1순위’ 상응조치로 요구해 온 ‘제재 완화’에 대해 미국이 유연한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는 점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 13일(현지시간) 미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제재 완화의 대가로 좋은 결과를 얻어내는 것이 우리의 전적인 의도”라며 “이러한 결정을 하는 것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달려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그간 ‘제재 완화’에 대해 비핵화 이전까지는 안 된다고 선을 그어왔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전향적인 발언으로, 김정은 위원장의 과감한 비핵화 결단을 끌어내기 위한 ‘당근’ 성격으로 해석된다.

외교 소식통은 “제재 완화에 대해 극히 부정적이었던 미국의 그간 입장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발언”이라며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따라 제재 완화도 상응조치의 하나로 검토할 수 있다는 취지로 읽힌다”고 말했다.

아울러 ‘제재 완화’를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지 않으면 이번 회담에서도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를 끌어내기 힘들다는 현실적인 고민도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이 북한이 어느 정도의 비핵화 조치를 취할 때 제재 완화에 나설지는 불투명하지만, ‘영변 핵시설 폐기’만으로는 부족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대북 압박카드로 유일하게 남은 제재의 완화가 갖는 무게감을 고려하면 적어도 영변 핵시설에 더해 영변 외의 우라늄 농축시설 등에 대해서도 신고·검증을 통한 폐기에 나서야 제재 완화가 검토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이미 생산한 핵물질과 핵무기는 다음 단계로 남겨두더라도 모든 핵시설의 폐기에는 나서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미다.

제재 완화의 대상으로는 개성공단 사업이나 금강산관광 재개가 1순위로 꼽힌다.

나진·하산 프로젝트가 유엔 대북제재의 예외로 인정된 것처럼 남북 경협의 특정 사업을 제재 예외로 정리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다른 외교 소식통은 “개성공단 사업이나 금강산관광은 모두 다양한 대북 제재에 저촉된다”면서 “국제사회가 제재 예외에 나선다면 어차피 정치적 결단에 따른 것이어서 어느 사업이 제재에 덜 걸리느냐는 중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에 따라 ‘연간 50만 배럴’로 제한된 대북 정유제품 공급 상한선을 올리는 방안도 일부에서 거론된다.

실제 이런 사항들이 상응조치로 거론된다 해도 북한이 모든 핵시설의 폐기에 나설지는 불투명하다.

특히 북한이 실무협상에 그리 적극적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 걸리는 대목이다.

비건 대표는 지난 8일 평양에서 돌아온 직후 우리 측에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후속 협상이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이에 따라 지난주에는 합의문 내용을 채우기 위한 ‘비핵화-상응조치’의 본격적인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기대됐지만, 북측이 적극적으로 호응하지 않아 후속 협상이 다소 늦어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담판에 사실상 결과를 맡겨두려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게 한다. 양 정상이 ‘통 큰 결단’을 하지 않는 한, 시한이 명기된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와 상응조치가 합의문에 담기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다만, 미국이 ‘제재 완화’에 대해 유연한 입장을 내비치면서 북한도 보다 과감한 비핵화 조치를 협상 테이블 위에 올릴 가능성이 종전에 비해 커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조성렬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이 현재핵과 미래핵에 해당하는 모든 핵시설에 대한 폐기 이행계획과 이미 생산한 핵분열물질과 핵무기 등 과거핵에 대한 폐기 의지가 합의문에 담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조 전 위원은 “핵시설 폐기의 상응조치로 미국은 종전선언, 연락사무소 개설 등을 제시하고, 합의문에 담기지는 않더라도 안보리 차원의 유류 공급 상한선 완화와 일부 남북 경협사업도 패키지로 제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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