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7일 영국 왕실별장 인근에서 랜드로버 차량이 맞은편 차량과 충돌해 상대 운전자가 무릎에 찰과상을 입는 사건이 일어났다.랜드로버 운전자는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의 남편 필립공이었다.98세인 그는 이틀 뒤 안전벨트를 매지 않은 채 다시 운전대를 잡았다가 여론의 질타를 받자 운전면허를 자진 반납했다.이는 아주 평범한 교통사고였지만 전 세계에 고령자 운전 문제를 생각하는 화두로 등장했다.

지난 12일 서울 강남구에서 96세 운전자가 후진하다 지나가던 30대 여성을 쳐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운전자는 “호텔주차장 벽을 받아 놀라 후진하던 중 인근 차량과 충돌해 당황해서 운전조작을 잘못한 것 같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이 운전자는 적성검사를 통과했고 사고전력도 없었다고 한다.국내외에서 고령자 운전 사고가 적지 않게 들리고 있어 일반 운전자와 보행자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고령사회의 한 단면이다.

고령자 운전 문제는 강원도에서도 현안문제로 대두됐다.지난 14일 인제에서 80대 운전자가 운전미숙으로 가속페달을 밟아 경로당을 돌진했고,지난달 25일 65세 화물차 운전자가 굴착기를 들이받아 사망했다.도내 고령자 운전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2016명 33명,2017년 40명,2018년 54명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부상자도 2015년 1788명에서 2018년 1863명으로 늘어났다.

그렇다고 고령자에 운전을 강제로 금지할 수는 없다.자발적으로 조심해야겠지만 교통사고는 조심하는 것과는 전혀 무관하다.그래서 고령 운전자들의 사고전환이 가장 중요하다.아직 건강에 자신 있다는 생각만으로 운전대를 잡았다가 자신과 타인에 중대한 피해를 줄 수 있다.자율주행차량이 상용화되면 모를까 현재로는 고령자가 운전 필요를 느끼지 않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바람직하다.

지난해 부산시는 고령 운전자의 면허 반납 시 교통비 지원,병원·목욕탕·안경점 등에서 최대 50% 할인받는 카드를 제공하자 면허증 자진 반납이 12배(5280건) 증가했고,사망자는 2017년 77명에서 지난해 45명으로 감소했다.도내 고령 운전자는 11만명이 넘지만 지금까지 면허 자진 반납은 1000명이 안 된다.강원도는 고령자 운전에 ‘난 몰라’하지 말고 대책마련에 나서야 한다.

권재혁 논설위원 kwonjh@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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