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육동한 강원연구원장
▲ 육동한 강원연구원장
육동한 강원연구원장
2011년 12월 31일.예산심의 마지막 날.여야는 0∼2세 무상보육 전면실시를 의결한다.이는 소득하위 70%에서 100%로 즉 전 계층이 무상으로 보육시설을 이용하게 하는 내용이다.이 과정에서 정부와의 논의는 생략되었다.그리고 이듬해 엄청난 후폭풍이 일어난다.우선 보육시설 이용자의 폭증이다.월 평균 어린이집 이용자 수 50만 명이 갑자기 75만 명 수준으로 늘어났다.맞벌이 부부가 오히려 순위에 밀리기도 하고 서비스 질도 급락하였다.또한 중앙과 지방이 5대 5로 부담하는 구조에서 약 1조 2000억원의 추가 예산소요가 발생했는데 이를 위한 예산은 단 한 푼도 없었다.당연히 전국의 지자체들은 강력히 반발했으며 그런 와중에 ‘영아 가정양육 원칙’은 설 자리가 없어졌다.

정부는 이런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보육지원 체계 전반을 바로 잡고자 했으며,필자 역시 이 문제를 맡아 반년 넘게 골몰했던 기억을 갖고 있다.오랜 줄다리기의 결과 개인에게 주는 양육 보조금의 경우 소득 70%까지만 지원하도록 했으며,전업주부의 경우 이용시간을 달리하는 등 전반적인 제도 개선안을 힘들게 마련하였다.지방 예산 추가분은 어렵더라도 지역에서 해결해 달라고 시도지사들께 일일이 읍소하기도 했다.이에 대해 ‘줬다 뺏는 정8책’이라는 비판도 있었지만,전반적으로는 ‘용기 있는 결정’,‘지금 생각해봐도 옳은 선택’이라는 평가가 따르기도 했었다.이러한 노력은 그러나 선거가 바로 이어지면서 사실상 없던 일이 되어버렸다.

기본적으로 복지정책은 재정여건,지속가능성,정책의 효과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설계돼야 한다.특히 복지사업 확충 시 국민적 공감대 확보 및 정부·국회·지자체간의 소통이 최대한 확보될 필요가 있다.앞의 두 구절은 보육사태가 정리된 직후 적었던 필자의 소감을 그대로 옮긴 것이며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1% 아래로 내려간 합계 출산율,가속화 되는 고령화,지역소멸 등 재난 수준으로 구조화된 난제들 앞에 국민의 건강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복지지출을 전향적으로 늘리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사안에 따라 전 계층 무상복지도 필요하다.우리의 복지수준이 OECD 평균보다 여전히 낮은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그러나 어느 경우에도 재정의 지속가능성이 담보돼야 하며 제도는 그 효과성과 생산성,국민경제 발전과의 정합성을 위해 정치하게 만들어져야 한다.지자체 역시 예외는 아니다.그렇지 않으면 정책목표도 이루지도 못한 채 가뜩이나 고단한 젊은 세대에 무거운 짐만을 더 얹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아동수당 및 기초연금 지원대상이 확대되고 근로 장려금,실업급여 등의 지원 폭도 크게 늘어난다.경제여건이 녹록치 않은 시기 서민의 고통을 줄이고 고용의 어려움을 완화하기 위한 노력이다.그러나 한편으로는 정부 총지출 중 복지·고용 비중이 어느 덧 35% 수준에 이르게 되었고 지자체의 복지부담도 제법 오랜 기간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기도 하다.지난 10년간 전 지자체의 복지예산 증가율은 연평균 10.2%로 예산규모 증가의 거의 두 배이다.얼마 전 정부는 돌봄경제(Care Economy)를 표방하는 ‘제2차 사회보장기본계획’을 발표했다.부디 이 계획이 잘 다듬어져 선진 복지국가로 가는 디딤돌이 되기를 바라면서 다시 한 번 복지를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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