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원

지금도

보리밭을 지나가면 보리 익는 냄새를 맡는다

보리 익는 시간과 양식이 떨어지는 시기를

기도하듯 맞추어본다

보리가 누렇게 여물기 전 풋바심을 하여

호구지책으로 연명하던 보리

보리가 나는 망종 때까지 허기를 구하던 보리

고통스러운 나날을 견뎌온 시절

보리는 구원자다

보리 익는 시기를 가늠하면서

반년이나 먼저 양식을 이어주던 효자 같은보리

지금도 보리밭을 지나가면

보리 익는 냄새가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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