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일 전 강릉원주대 교수
▲ 김성일 전 강릉원주대 교수
비참하고 고통스러운 순간에 우리는 이 세상에서 유독 내 삶만 엉망진창인 것처럼 느낀다.왜 내게 이런 일이 생겼는지 억울해 한다.그러나 내가 아니어야 하는 이유는 없다.우리는 누구나 부족하고 저마다 고통을 안고 살아간다.겉으로는 좋아 보이는 사람도 사실은 여러가지 아픔과 걱정 속에서 살아갈지도 모른다.인생은 누구에게나 어렵고,쉬워 보이는 삶은 있어도 정말 쉬운 삶은 없다.그러므로 내 삶만 엉망진창이라고,왜 내게만 이런 일이 생기느냐고 원망하고 좌절할 필요는 없다.

많은 사람들은 대부분의 영역에서 자신이 평균 이상이거나 최소한 평균은 될 거라는 환상을 갖고 있다.인간이 모든 면에서 특별해지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러한 착각에서 벗어나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자신에 대한 지나친 기대에 부응하려는 비판적이고 완벽주의적인 태도는 우울이나 불안을 자초할 수 있다.이같은 보편적인 인간성에 대한 자각은 인간으로서 어쩔 수 없이 갖게 되는 한계와 부족함에 대해 무턱대고 화를 내고 미워하기보다 부족함을 인정하고 따뜻한 시선을 유지하는 태도를 갖게 한다.나뿐만 아니라 타인도 힘들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자신을 위로하며 응원하는 마음을 촉구한다.

한편,마음이 힘들 때 우리는 이런 일로 힘들어하고 좌절하며 유약한 모습을 보이는 자신을 한심하다거나 혐오하고 비난한다.이미 충분히 힘든데 그에 더해 자괴감까지 느껴버리기 때문에 우리 마음은 더 힘들어진다.자신에 대한 판단을 멈추고 힘든 자신을 가만히 비라보면 어떨까?그저 지금 많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그대로 받아들여주는 것이다.무엇 때문에 힘든지 그 내용을 판단하려고 하지 말고 외로움이나 죄책감,주변의 시선,수치심 등을 생각하지 말고 그저 가만히 바라보자.

마음이 요동치는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우리를 뒤흔드는 감정은 그에 연관된 일이 내 삶에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거나 그 일을 내가 상당히 중시하고 있음을 드러낸다.피로,무기력,슬픔과 같은 감정은 우리가 많이 지쳐 있으니 좀 쉬라는 의미이기도 하다.귀찮은 감정이 찾아왔다고 해서 그것을 미워하거나 이런 감정을 느끼는 자신을 미워하지 말고, 먼저 내 마음이 내게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내가 지금 왜 이러는 건지 가만히 느껴보자.힘들다고 하는 친구에게 약해빠졌다거나 그 느낌이 불필요한 것이라고 말하지 않는 것처럼 내게도 그렇게 하지 말자.인생의 다양한 부분에는 내 뜻대로 되지 않거나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일들이 많이 있다.삶이 항상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굴러가는 것이 당연한 것도 아니다.

사람들이 감정을 받아들이려고 할 때 빠지기 쉬운 함정은 그 감정을 축소하거나 과장해 해석하는 것이다.생각해보면 우리는 크게 좌절할 필요가 없는 일에 호들갑을 떨기도 한다.단지 그 일이 잘못되었을 뿐인데 마치 인생이 망한 것처럼 느끼는 것이다.반대로 큰 충격을 인정하기 싫어서 감정을 계속 밀어내는 경우도 있다.이 두 가지를 모두 조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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