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동열 강릉본사 취재국장
▲ 최동열 강릉본사 취재국장
10년 전,강원도와 이웃하고 있는 경북 울진군 주민들이 격앙된 일이 있었다.포항∼삼척 동해안고속도로 건설을 위한 예비타당성 조사(이하 예타) 계획에서 영덕∼울진∼삼척 구간이 제외된 때문이었다.

당시 울진은 용광로처럼 들끓었다.“남들이 원치않는 원자력발전소를 10기나 받아들인 지역민들 가슴에 또 대못질을 했다”며 “정책 책임자들은 멍석을 깔고 석고대죄 하라”는 거친 표현이 지역언론에 등장했을 정도다.

그리고 강산이 한번 바뀌는 세월이 흐른 지금,울진을 포함한 경북 북부권은 다시 술렁이고 있다.포항·경주·영덕·울진·울릉 등 5개 시·군 상생협의회가 지역균형발전을 촉구하는 대정부 결의문을 채택했다는 소식도 들린다.최근 정부가 선정한 예타 면제 대상에서 동해안고속도로 등의 SOC사업이 기대 만큼 반영되지 않은 탓이다.

사실 경북지역은 이번에 동해안고속도로 건설을 성사시키기 위해 거도적 노력을 기울였다.그러나 그토록 원했던 고속도로는 이번에도 예타 면제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또 다른 숙원인 포항∼동해 구간 철도 전철화 사업은 예타 면제 대상에 포함되기는 했으나 복선이 아닌 단선으로 결정됐다.이 때문에 정부 발표 이후 경북 동해안에서는 기대 보다는 실망감을 토로하는 기사가 더 많이 쏟아졌다.“교통 오지를 못 벗어나게 됐다”는 자조섞인 푸념도 들린다.

주민들 표현 그대로 경북 북부와 강원 남부 동해안은 오늘 대한민국에서 교통망이 가장 열악한 곳에 속한다.이곳에는 그 흔한 고속도로도 없다.강원도에서 바닷가를 따라 달려내려간 고속도로는 삼척 맹방에서 끊겼다.포항에서 올라오는 고속도로는 경북 영덕 구간까지만 2023년 개통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이로 인해 강원∼경북을 잇는 연결도로는 여전히 국도 7호선 한곳에 의존하고 있다.

그런데 불편하고 힘든 곳이 경북 동해안 뿐일까.고속도로가 삼척에서 단절되는 바람에 강원 동해안 주민들도 이만저만 애를 먹는 것이 아니다.영남권과 경계를 맞대고 있는 지근거리 이웃임에도 인적·물적 교류는 마치 딴나라인듯 멀기만 하다.사정이 이런데도 강원도내에서는 이제껏 강원∼경북 동해안 연결 교통망 확충을 위한 고민이나 아우성이 거의 들리지 않는다.

최근 동해시 출신 심상화 도의원은 도의회 5분 자유발언에서 “이번에 예타 면제사업으로 확정된 포항∼동해 전철화사업에 있어서도 강원도의 역할은 아무것도 없었다”고 신랄하게 꼬집었다.경북과 경남은 동해안고속도로 건설을 위해 전방위적으로 중앙정부를 설득하고,전철화사업을 위해서도 정책결정 집단들이 의견을 강력히 표출하고 있는데,강원도에서는 관련 자료를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이러니 강원 남부권은 이제 경북에 편입돼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지역여론화 될 정도라는 것이다.

포항∼동해 철도 전철화사업이 이번에 예타 면제 대상이 되면서 강원∼영남 동해안은 이제 전철로 연결되게 됐다는 것이 한가지 위안이 될 수도 있겠다.

그러나 경북 지역이 동해안 SOC 확충에 ‘올인’한 결과로 나오는 과실을 얻어먹기만 하는 상황이니 시쳇말로 ‘웃픈’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이른바 PK,TK로 통칭되는 영남권에는 1300만명에 달하는 인구가 거주하고 있고,국내 최대규모 산업단지도 곳곳에 분포하고 있다.길이 뚫리면 그들은 강원도로 몰려올 ‘고객’이고,물류유통을 촉진시킬 이웃들이다.강원도 동해안이 관광의 허브를 꿈꾸고,북방 교역의 전진기지를 그린다면,남부권 연결도로 확충이나 제천∼삼척 고속도로 건설 등의 과제를 뒤로 미뤄서는 안된다.

그 옛날 관동의 팔경을 노래했던 관찰사 정철이 오늘 다시 동해안 순행에 나선다면,“왜 이리 발전이 더디냐”고 호통칠지도 모를 현실 앞에서 경북 동해안의 몸부림에 박수라도 보내면서 힘을 보태는 것이 아픔을 함께하는 이웃의 자세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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