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 전,오대산에서 만난 비구니 스님은 내게 솔깃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상원사에서 월정사로 내려오던 황톳길.앳돼 보이던 그 스님은 “오대산에 자생하는 모든 식물은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빛깔이 곱고 색이 선명하다”고 했다.확신에 찬 스님은 자신의 말을 확인시키려는 듯 길옆에 무리지어 핀 산수국과 망초,마타하리,각시취 꽃을 설명했다.

지금도 그때의 기억이 또렷하다.유난히 맑고 고왔던 오대산의 식물들.그후 어딜 가든 현지 식물과 오대산 식물을 비교하는 버릇이 생겼다.스님의 낭랑했던 목소리와 함께.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생물은 약 10만종.이 가운데 현재까지 확인된 자생생물은 5만827종으로 절반을 조금 넘는다.나머지는 아직까지 정확한 명칭을 얻지 못한 채 학자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국립생물자원관이 확인한 자생생물의 종수는 척추동물 1995종,무척추동물 2만7683종,식물 5477종,균류 및 지의류 5226종,조류(藻類) 6013종,원생동물 1984종,세균 2449종 등.1996년 2만8462종을 집계한 이후 22년 만에 2배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지난달 26일 이름에 ‘오대산’이 붙은 자생생물을 새롭게 발표했다.오대산털보바수염반날개가 그 것!발음하기조차 까다로운 이 생물은 ‘오대산에서 발견된 날개에 털이 많은 바수염반날개’로 설명된다.안기정 충남대 생물과학과 교수연구팀이 오대산 자락에서 세계 최초로 발견한 신종이다.이 외에도 지난해 발견된 신종은 ‘봉화 현호색’과 평창에서 발견된 ‘평창나사접시거미’,경북 해안가에서 발견된 ‘선갯장대’ 등 3가지가 더 있다.

4개중 2개가 강원도에서 발견될 정도로 강원도의 생물다양성이 입증된 셈.

각 국이 전 세계적으로 보고되지 않은 신종이나 국내에서 발견되지 않은 종을 찾기 위해 사활을 거는 것은 생물주권 확보 때문.30개 조문과 2개 부속서로 이루어진 나고야의정서(2010년 채택)에 따르면 생물 유전자원을 이용하는 국가는 그 자원을 제공하는 국가에 사전 통보와 승인을 받아야 하며,유전자원의 이용으로 발생한 금전적·비금전적 이익은 상호 합의된 계약조건에 따라 공유해야 한다고.우리가 생물 유전자원을 발굴하고 자원 이용을 위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강원도에서도 더 많은 신종이 발견되기를….

강병로 논설위원 brkang@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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