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과 소통의 장, 예술가들의 단골카페 이제는 관광지로…
방랑시인 랭보-야성의 시인 베를렌
하라르 카페에서 작품세계 소통
고흐 예멘 모카마타리 커피 즐겨
그림 ‘밤의 카페 테라스’ 세계 유명

▲ 빈센트 반 고흐의 ‘밤의 카페 테라스’ 그림.
▲ 빈센트 반 고흐의 ‘밤의 카페 테라스’ 그림.
지난주에 이어 프랑스의 두 번째 커피이야기다.한편으로는 카페의 단골손님으로 또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의 사교를 위한 만남과 소통의 공간으로 활용한 인물들의 이야기도 흥미롭다.카페와 연관지을 수 있는 사람들의 로맨스 또한 빼놓을 수 없다.어쩌면 이들의 사랑 중엔 일반 대중의 시각에서 보면 못마땅하고 퇴폐적일 수도 있을 것이다.예를 들면 남녀 간의 사랑이 아닌 경우를 말하는 것이다.그러나 시작은 사람에 대한 존경에서 일 수도 있고,작품세계에 대한 동경에서 일 수도 있고,창작을 위한 고뇌에서 오는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37세의 짧은 생을 살다간 방랑의 시인 랭보는 에티오피아의 하라르(Harra) 커피를 즐겨 마셨다.랭보가 커피를 마시며 살았던 하라르 지역엔 랭보가 거주한 랭보하우스가 있고,지금은 관광지가 되어 있다.랭보하면 카페에서 작품세계를 논한 야성의 시인 베를렌을 빼놓을 수 없다.이 두 남자는 의기투합해 유럽을 여행하면서 작품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남남 로맨스를 시작한다.그러나 각자 개성있는 성격 탓에 그리 오래가지는 못한다.서로의 창작활동에 영향을 주었지만 의견 차이를 이겨내지 못하고.베를렌이 랭보에게 총을 쏘면서 이들의 로맨스는 불행으로 끝나고 만다.

또 하나의 남남 로맨스는 화가 고흐와 고갱의 이야기다.고흐는 예멘의 모카 마타리(Mocha Mattari) 커피를 즐겨 마셨다고 한다.네덜란드 출신으로 프랑스에서 활동한 화가 고흐는 아를 포럼광장에 있는 카페를 배경으로 그린 ‘밤의 카페 테라스(Terrasse du cafe le soir)’라는 그림으로 유명하다.그림의 배경이 된 이 카페는 ‘반 고흐 카페’로 이름이 바뀌었고,현재 관광지로 잘 알려져 있다.고흐는 아를에서 고갱과 동거생활을 하지만 서로 다른 라이프스타일로 잦은 불화가 있었다.동경의 대상으로 시작해서 서로 작품 활동에 영향을 주었지만,다툼으로 인해 고흐는 자신의 귀를 자르는 비극을 만들고,결국 이들도 불행한 로맨스로 끝을 낸다.

카페에서 사랑을 키워 결혼에 이른 이들도 있다.철학자이자 소설가인 사르트르와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난 작가이자 페미니스트인 보부아르의 사랑이다.이 두 사람은 젊은 시절 파리의 ‘카페 드 플로르’에서 자주 만났다.여기에서 사랑과 사상의 동반자로서 정을 키우고,토론을 하면서 낭만적인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이후 그들은 계약이라는 틀을 만들어 당시는 아주 센세이셔널 했을 결혼생활을 하게 된다.드디어 카페에서 키운 사랑이 결실을 맺는 순간이다.이후 이들의 결혼 생활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을 것이다.그러나 사르트르가 먼저 세상을 뜨기 전까지 온전히 간직되어진 행복한 로맨스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다.

오늘은 랭보가 즐긴 하라르 커피와 고흐가 즐긴 마타리 커피가 있다.기분에 따라 시적인 감흥이 있으면 하라르 커피를 드시고,미술적인 감흥이 있으면 마타리 커피를 즐겨보시길! 마타리는 여성적인 매력이 있다 하여 ‘커피의 여왕’이라는 닉네임도 갖고 있다.



▶ 김명섭 교수 약력
△한림성심대 교수 △(사)한국커피협회 부회장 겸 바리스타사관학교 교장 △한국대학영어교육학회 회장 △한국중앙영어영문학회 이사

밴드주소
https://band.us/@coffeestorya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