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20대 국회 후반기 의장에 선출된 문희상 국회의장은 대표적 의회주의자로 꼽힌다.정치권에서는 드물게 여야 두루 신망이 있고 할 말 하는 인물이다.지난달 20일 한남동 의장 공관에서 열린 고위언론인과의 만찬간담회에서 전환기를 맞는 한반도 정세에 대한 인식과 정치인의 역할,바람직한 리더십에 대한 소회를 들어 봤다.베트남 2차 북미 정상회담을 며칠 앞둔 때였는데 평창올림픽이 대전환의 계기가 됐다며 강원도의 역할을 높이 평가했다.

문 의장은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또 한 번 큰 모멘텀이 될 것으로 봤는데,그의 기대는 일단 유예 되었다.그는 공전 중이던 국회와 정치의 역할에 대해 안타까움과 소망을 동시에 털어놨다.그는 의장 당선 소감을 통해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협치(協治)’라며 상생의 정치를 강조했다.국회가 이런 그의 기대와는 딴판으로 흘러가는데 대한 답답함과 따가운 국민의 시선을 의식하는 것으로 보였다.

그는 공자와 막스 베버를 인용,정치 소신과 철학도 밝혔다.학창 때 접한 공자의 ‘무신불립(無信不立)’을 인생 좌우명이자 정치철학의 뿌리로 꼽았다.공자는 정치의 요체로 안보(兵),식량(食),신뢰(信)를 꼽고,버려야 한다면 안보와 식량을 포기하고 끝까지 지켜야할 것은 신뢰라고 했다.그는 신뢰를 잃으면 정치가 설 땅이 없다는 얘기를 했다.

막스 베버는 정치인 자질로 열정,균형감각,책임감을 들었다.문 의장은 이 덕목을 머리(균형감각)-가슴(열정)-배(책임감)로 환치했다.그의 식으로 머리는 지식과 판단력(智),가슴은 열정과 포용력(德),배는 용기와 결단력(勇)으로 풀었다.역대 지도자 중 김대중 대통령은 머리형,김영삼 대통령은 배짱형,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은 가슴형으로 봤다.지도자는 이 세 가지 조건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이 3가지도 어려운 데 그는 한 가지를 더 주문했다.2% 부족하다는 것인데 이걸 채우는 것이 ‘깡’이라고 했다.앞의 세 가지가 규범적 리더십이라면 깡은 그 규범의 한계를 돌파하는 힘이다.규범적 리더십만으로 정치 정글을 헤쳐 나갈 수 없다는 이야기였다.상대의 뒤통수를 치고라도 기회를 만드는 야수성(野獸性)같은 것 말이다.이것은 ‘권력의지’로 포장하기도 한다.차기 대권 후보군 가운데 누가 문 의장의 이 ‘3+1 리더십’에 가까운 지 가늠해 보는 것도 좋겠다. 김상수 논설실장 ssookim@kado.net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