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씁쓸한 일상 녹이는 마카롱 달콤함 나누고싶어요”
지역 아나운서 하다 천안 이주
타지서 디저트로 향수병 달래
‘코코 샤넬’처럼 유일한 맛 만들고파
외국 오가며 레시피 공부·재료 공수
SNS소통, 달콤한 위로 전달
경력 살린 ‘사연 읽어주는 코사장’


지역 방송국 아나운서였던 최상희 코코롱 사장은 이제 마이크 대신 반죽기를 손에 쥔다.마카롱을 통해 타인에게 위로와 희망을 전할 수 있다고 믿는 최 사장의 작업실은 오늘도 새벽까지 불이 꺼지지 않는다.

“제가 만든 마카롱이 누군가에겐 위로이자 꿈이며 희망이더라고요.단순한 디저트가 아닌,사람들에게 기쁨을 전하는 마카롱을 만들고 싶습니다.”

춘천 남춘천역 인근 주택가에는 매일 점심 때만 되면 긴 줄이 늘어선다.SNS에서 속칭 ‘뚱카롱’(속재료가 듬뿍 들어간 마카롱)으로 이름난 ‘코코롱’의 마카롱을 구입하려는 사람들이다.지난해 3월 개업한 코코롱은 1년도 되지 않아 춘천의 대표 디저트 전문점으로 성장했다.매일 개점시간인 오전 11시 30분 전부터 마카롱을 맛보려는 사람들이 모여 가게 앞은 인산인해다.최상희 사장의 이력도 독특하다.마카롱 전문점과는 거리가 꽤나 먼 전직 아나운서다.최상희 사장을 지난 4일 가게에서 만났다.

최상희 사장은 지역 방송사 아나운서였다.대학 졸업 후 GBN강원방송에서 아나운서로 근무하던 그는 충남 천안으로 이주해 프리랜서 방송인으로 일했다.수년 전부터 마카롱 붐이 일었던 충청 지역에서 최 사장은 디저트로 향수병을 달랬다.2017년 말 방송을 그만둔 후 전문 베이킹 수업을 들으며 창업을 준비했다.그때까지만 해도 춘천에서는 마카롱에 대한 인지도가 낮았다.고향 사람들이 마카롱에 대해 잘 몰라 속상했다는 그는 자신이 위로받았던 달콤한 기쁨을 춘천에 전하기 위해 코코롱을 개업했다.

패션 혁신을 일궈낸 디자이너 코코 샤넬처럼 독특하고 유일한 마카롱을 만들겠다는 다짐으로 가게 이름을 ‘코코롱’으로 지었다.그 이름처럼 코코롱은 늘 새로운 맛과 장식으로 손님들을 맞는다.단골손님들도 질리지 않도록 색다른 재료를 이용해 지속적으로 새로운 레시피를 개발하는 게 가장 큰 과제다.이를 위해 그는 일본을 자주 오가며 디저트 공부를 이어가고 있다.외국에서 재료를 직접 공수해 레시피에 응용하기도 한다.최근 일본에서 사온 녹차초콜릿을 활용한 메뉴는 특히 인기를 끌었다.이런 노력으로 코코롱은 연일 매진을 이어간다.

아이스크림 콘 모양을 본떠 만든 시리즈는 최상희 사장이 직접 연구개발한 독창적 레시피다.SNS 상에서 입소문이 나며 타 지역에서도 코코롱의 콘 시리즈를 본떠 만들 정도다.최 사장은 “처음엔 레시피를 도둑맞았다는 생각에 속상했는데 이제는 오히려 제 아이디어가 전국으로 퍼져나간다는 생각에 뿌듯하다”며 통큰 면모를 보였다.

▲ 코코롱 매장에 진열된 코코롱표 수제 마카롱들.
▲ 코코롱 매장에 진열된 코코롱표 수제 마카롱들.

처음의 각오답게 그는 SNS를 통해 4000명이 넘는 고객 팔로워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한다.최근에는 아나운서 출신이라는 커리어를 살려 ‘사연 읽어주는 코사장’이라는 SNS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기도 했다.고객들의 사연을 받아 라디오 형식으로 꾸민 이 방송은 코코롱 손님들 사이에서 크게 회자됐다.최 사장도 이 프로젝트를 계기로 새롭게 마음을 다잡았다.그는 “출산 직전 마지막 음식으로 마카롱을 먹으며 두려움을 달랬다는 손님이 퇴원하며 갓난 아이를 데리고 가게를 방문했을 때는 참 벅찼다”며 “제 마카롱을 먹고 장래희망을 마카롱 가게 사장으로 정했다는 한 중학생이 오븐을 구입한 사연을 읽을 때는 감사함과 책임감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는 디저트로 이웃에 기쁨을 전하겠다는 다짐을 새로운 방식으로 실천하기 위해 또다른 도전을 계획중이다.마카롱 원데이 클래스를 운영하며 고객이 직접 마카롱을 만들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는 것이다.최 사장은 “직접 만든 디저트를 먹고 누군가가 웃어줄 때의 행복감을 다른 사람들도 느끼게 하고 싶다”며 계획에 대해 설명했다.

보기에는 예쁘고 화려한 마카롱이지만 만드는 작업은 녹록치 않다.습도,온도에 민감한 마카롱은 쉽게 맛이 변질돼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판매 마감 후 다시 다음날 판매할 마카롱을 만들기 위해 그는 10시간을 견뎌낸다.달걀 흰자 분리부터 반죽,굽기까지 그의 손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최 사장은 “디저트도 문화인 시대에 지역 주민들이 더 즐거운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바쁜 일상에 달콤한 행복이 주는 여유를 선물하는 코코롱이 되겠다”고 말했다. 권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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