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왔지만 ‘평화의 봄’이 아닙니다.저자거리의 모습은 분명 봄입니다.옷 차림과 밥상에서 봄바람이 살랑입니다.매화가 꽃망울을 터뜨리고,생강나무와 목련 개나리가 앞 다투어 꽃소식을 전합니다.달래와 냉이는 밥상 한자리를 넉넉히 차고앉았지요.농부는 밭갈이에 여념이 없고 그물코를 꿰는 어부의 손놀림은 한층 바빠졌습니다.그러나 아닙니다.한반도엔 다시 냉기가 감돕니다.사라지길 기대했던 냉전의 유령이 몸집을 불려 어슬렁거립니다.어디서부터 틀어지고 잘못됐는지 혼란스럽습니다.

하노이 북미 2차 정상회담이 합의문 한 줄 없는 빈손 회담으로 끝나면서 한반도의 봄은 시베리아 끝으로 물러났는지 모릅니다.북미 양국이 대화를 이어가겠다고 했지만 말은 살벌해졌고,미사일과 핵 얘기는 일상이 됐습니다.우리 대통령의 ‘말’과 ‘다짐’은 무시되기 일쑤입니다.그토록 고대했던 금강산관광은 공염불이 되고 말았습니다.더 안타까운건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했고,평화의 물꼬를 튼 평창 올림픽이 ‘일장춘몽(一場春夢)’ 대접을 받고 있다는 것입니다.강원도가 다시 변방으로 밀려나고 있는 것이지요.결코 동의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모든 것이 헛되지 않도록 다시 ‘마음의 봄’을 불러내야 합니다.다짐과 각오를 새롭게 해야 합니다.우리의 봄은 꽃이 피고,새싹이 돋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모으고 업(業)을 일으키는 것이어야 합니다.첫 직장을 얻은 새내기와 창업에 성공한 오너의 마음가짐으로 새로운 세상을 열어젖혀야 합니다.평창의 봄이 아지랑이처럼 스러지는 ‘한바탕 꿈’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은 망각의 늪으로 밀어내고,담대한 마음으로 한반도를 넘어 ‘대륙의 꿈’을 키워야 합니다.

대붕역풍비 생어역수영(大鵬逆風飛 生魚逆水泳)!장자 1편 소요유(逍遙遊)에 나오는 말로 지금 우리가 해야 할 행동과 마음이 이 말에 함축되어 있습니다.큰 새가 바람을 거슬러 날고,물고기가 거친 물살을 헤쳐 나가듯이 어떤 난관에도 굴하지 말아야 합니다.천지만물의 근원을 도(道)라고 생각했던 장자는 무위자연(無爲自然)을 강조합니다.‘도’가 시작과 끝이 없고,한계와 경계가 없듯이 모든 역경을 자연스럽게 헤쳐나가는 것,우리에겐 지금 그런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새봄이어야 합니다.

강병로 논설위원 brkang@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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