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1억 원과 활동비 1억∼2억 원의 매력적인 보수,100∼200명의 직원 인사권,기사와 차량 제공,농수축산업과 산림관련 회사에 대한 막강한 영향력.이런 권한의 소유자는 누굴까.오늘(13일) 조합원의 투표로 선출되는 농수축협,산림조합장이다.농촌지역 조합장에 당선되면 읍면(邑面)에서는 국회의원도 부럽지 않은 경제력과 권력을 누린다.비상임 조합장은 보수는 많고 책임은 없는 그야말로 신(神)도 탐내는 보직이다.그 지역 최고의 유지가 된다.

신(神)이 탐을 낼 정도이니 사람들은 얼마나 탐을 낼까.여기에 공무원과 지방의원,이장,조합 직원 등을 역임한 능력자들이 몰린다.전직 공무원은 공직에 있을 때 전문성을 살리겠다고 하지만 실리까지 챙길 수 있어 인생 2모작 최고 투자처로 인식하고 있다.시군의원은 의정비가 3000∼4000만 원에 그치고 각종민원에 시달려도 칭찬 한번 듣기 어렵지만 조합장은 보수와 권한에 재량사업까지 명예와 실속을 한 번에 잡을 수 있어 시군의장 출신자도 출마하고 있다.이장과 조합 직원은 지역과 내부사정을 잘 안다.

예전에는 10선의 조합장도 있었다.조합원이 1500명 내외로 많지 않은데다 선후배 관계로 얽혀 있고 선심성 지원이 많아 한번 당선되면 평생 직업이 될 수 있었다.2015년 처음으로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를 하면서 3선 제한을 두고 선거법을 강화했으나 임기제한이 없는 비상임조합장이 증가하는 등 꼼수가 늘고 있다.또 선거기간이 짧고 정책토론회가 없고,선거비용을 돌려받을 수 없어 선거과정에서 쓴 돈을 찾는 유일한 방법은 당선뿐이다.이래서 5당4락(5억 원 쓰면 당선,4억 원 쓰면 낙선)이라는 말이 나온다.

강원도는 조합 103곳 중 단독출마로 무투표 당선 13곳과 다른 조합과 통합한 서홍천·횡성·한반도농협 3곳 등 16곳을 제외한 87곳에서 조합장 선거가 열린다.지난 1월 경북 예천군의회 사건을 보면서 선출직 사퇴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경험했다.공직선거는 주민소환제라는 통제수단이라도 있지,조합장은 한번 당선되면 제어할 수단이 없다.공직선거 후보자보다 조합장을 더 잘 뽑아야 하는 이유다.그러나 현실은 후보자는 조합원을,조합원은 후보자를 모르는 캄캄히 선거라 누가 능력 있는 후보자인지 잘 몰라 답답하다.

권재혁 논설위원 kwonjh@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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