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매거진 OFF] 강릉 바우길
우리나라 대표 길 전체 450㎞
산·바다·호수 모두 가로질러
경포호 봄 벚꽃잔치 황홀경
야생화·풍차, 봄 마중하듯 손짓

▲ 대관령∼선자령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마루금은 매년 봄 녹색바다,초원 위로 야생화가 앞다퉈 피어나 이국적 풍광을 선물한다.
▲ 대관령∼선자령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마루금은 매년 봄 녹색바다,초원 위로 야생화가 앞다퉈 피어나 이국적 풍광을 선물한다.

그대,새 생명이 꿈틀대는 역동의 봄을 만끽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강릉 바우길’을 찾을 일이다.제주 ‘올레길’,지리산 ‘둘레길’과 함께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걷는 길 트로이카로 통하는 강릉 바우길은 새봄의 천태만상이 나래를 펴는 곳이다.바우길에는 바다와 호수가 있고,드넓은 고원이 펼쳐지고,백두대간 험산 준령의 산그리메가 춤을 춘다.도시민들이 열광하는 로망이 바우길 이라는 이름 아래 몰려있는 것이다.이맘 때,바우길은 봄마중 준비로 들떠 있다.겨우내 켜켜이 쌓인 눈이 아직 채 녹지않아 잔설이 듬성듬성한 숲에서 가장 먼저 봄 소식을 전하는 생강나무는 어느새 노란 꽃망울을 터뜨리며 깊은 산중에도 봄이 찾아들었다는 것을 알리고,진달래,영춘화,개나리,산수유 등 갖가지 봄꽃들이 새봄을 맞을 채비에 분주하다.바우길∼강릉은 미세먼지도 쉽게 파고들지 못하는 청정지대이니 성큼성큼 다가오는 새봄이 더욱 싱그럽다.

강릉 바우길은 ‘천리길’로 통한다.전체 길이가 무려 450㎞에 달한다.

강릉시내와 근교에 17개 ‘바우길’ 구간이 있고,강릉의 험산 준령을 타고 넘는 울트라바우길(5개 코스),계곡 바우길(1개 코스·부연동 일원)에다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조성된 ‘아리바우길’까지,도합 천리에 달하는 명품 길이 강릉의 산·바다·호수 구석구석을 누빈다.

저 유명한 경포호반의 ‘바다 호숫길’과 ‘신사임당길’은 매년 봄 벚꽃 잔치가 요란한 곳이다.달빛 쏟아지는 호수의 잔물결을 타고 낙화가 춤 추듯 일렁이는 경포호의 밤 풍경은 황홀경의 극치다.호수 주변으로는 오죽헌,선교장 등의 고택과 누정이 즐비해 누천년 곰삭은 역사문화의 흥취를 더한다.

▲ 강릉 괘방산을 타고 넘는 ‘산 우에 바우길’은 가장 가까이에서 바다를 조망하면서 등산을 겸할 수 있는 명소다.
▲ 강릉 괘방산을 타고 넘는 ‘산 우에 바우길’은 가장 가까이에서 바다를 조망하면서 등산을 겸할 수 있는 명소다.

▲ 강릉 바우길 탐방객들이 가장 깨끗한 신록의 봄을 즐기고 있다.
▲ 강릉 바우길 탐방객들이 가장 깨끗한 신록의 봄을 즐기고 있다.

강동면 괘방산(해발 339m)을 타고 넘는 ‘산 우에 바닷길’은 이름 그대로 바다 위를 걷는 착각에 빠질 만하다.길은 안인항에서부터 해돋이 명소 정동진까지 9.4㎞ 걷기 코스로 이어진다.바다를 가장 가까이에서 조망하면서 등산을 겸한다는 장점이 있어 주말마다 봄맞이 산행 마니아들이 넘쳐나는 인기 코스다.산 길을 걸으며 내려다 본 해변에는 새하얀 파도 포말이 쉼 없이 부서지고,괘방산 활공장을 박차고 떠 오른 패러글라이더가 짙푸른 바다 위를 점점이 수놓는 희한한 아름다움에 넋을 잃어야 할 때도 있으니,나그네의 봄은 이곳에서 기지개를 켠다.

우리나라 고갯길의 대명사인 대관령 옛길도 빼놓을 수 없는 바우길 명소다.‘소나무 성지’로 일컬어지며 사철 상록의 기상이 넘치는 14km 옛길에는 그 옛날 험준한 고갯길을 넘는 백성들의 고충을 헤아려 길을 넓히고,주막 쉼터를 제공한 관원들의 스토리 등 이야기 보따리가 한굽이 돌때마다 풀어헤쳐진다.

대관령 고갯마루를 올라선 바우길의 봄은 왕산면 안반데기에 이르러 전혀 다른 모습으로 돌변한다.해발표고가 1100m에 달해 ‘하늘아래 첫동네’로 불리는 안반데기 일원에는 ‘구름도 노닐다 가는 길’이라는 뜻의 ‘운유(雲遊)길’이 조성돼 있다.드넓은 고원의 밭고랑 너머로 쉬어가는 구름바다,운해가 깔리거나 저녁노을이 지는 풍경 아래 허리 펴는 ‘농심(農心)’을 만나는 것도 안반데기 바우길이 선물하는 큰 즐거움이다.

안반데기 인근 고루포기산을 거쳐 능경봉∼대관령∼선자령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마루금 능선 주변으로는 ‘울트라 바우길’이 펼쳐진다.특히 대관령∼선자령 구간의 봄은 마치 딴나라를 옮겨놓은 듯 이국적이다.동쪽 바다에서부터 시작해 대관령 비탈길을 거침없이 타고 올라선 봄은 더 이상 오를 곳이 없는 이곳에서 초원과 야생화로 대표되는 천상의 봄 풍경을 연출한다.겨우내 쌓인 눈이 녹은 고원은 어느새 끝없는 푸른 초원으로 변신하고,녹색바다 풀숲 여기저기서 야생화가 보석 처럼 고개를 내미니 ‘눈이 호사를 한다’는 것은 바로 이런 풍경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일망무제,사방이 거칠 것 없는 바람의 나라에 순백의 풍차가 두팔 벌려 봄을 마중하는 눈부신 풍광.강릉 바우길의 봄은 이곳에서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는 완전체가 된다.

최동열 dychoi@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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