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1리 한글학교 수료식
교사 출신 김음순씨 재능기부
높은 학구열 생활불편 해소

▲ 춘천 산수1리에 거주하는 할머니들이 14일 마을회관에서 열린 한글 교육 수료식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춘천 산수1리에 거주하는 할머니들이 14일 마을회관에서 열린 한글 교육 수료식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도시에서 오신 선생님 덕분에 이제 이름도 쓸 줄 알고 면사무소도 혼자 갈 수 있어요.”

14일 오전 남산면 산수1리 마을회관에서는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마을 주민들이 이제 막 한글을 배운 할머니들의 수료식을 준비한 것.할머니들은 주민들이 준비한 졸업식 가운을 입고 한글 교육 수료를 자축했다.

춘천 끝자락 시골마을에 한글학교가 열리게 된 계기는 경상도에서 거주하던 김음순(66)씨가 산수1리로 이주를 오면서 부터다.

20여년 간 초등 교사로 학생들을 가르쳐 오던 김씨는 자연환경에 이끌려 지난해 9월 이곳으로 이주한 이후 자신의 재능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때마침 이 마을에 한글을 공부하다 중단한 할머니들이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되고 지난해 12월부터 할머니 여섯 분에게 한글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그동안 이름조차 쓸 줄 몰라 우체국 집배원에게 저금을 맡길 정도로 생활에 불편을 겪었던 할머니들의 학구열은 뜨거웠다.주 2회 계획했던 수업은 주 6회로 늘어났고 끝없는 반복 학습 속에서도 할머니들은 지치지 않았다.김씨는 “70대 중반,80대 초반 어르신들이어서 예전 학생들을 가르칠 때보다 더 기다려야 했던 시간이었지만 설 즈음 ‘공부를 가르쳐주셔서 감사하다’는 편지를 받았을 때 감동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할머니들은 단어 교육을 마친 상태로 앞으로 김음순씨와 계속 한글 공부를 이어갈 계획이다.박금순(74) 할머니는 “나중에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면 혼자 면사무소를 가야할까봐 걱정이었는데 이장님들이랑 주민들이 도와줘 공부가 너무 재밌다”며 웃어보였다.

최택용 남산면장은 “뒤늦게 한글을 배우고 있는 할머니들이 공부에 어려움이 없도록 앞으로도 주민들과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오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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