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형물로 본 강원인물] 7.소설가 이태준(철원)
탄생 100주년 문학비·흉상 제작
단편소설 ‘촌뜨기’ 배경 거리 조성

▲ 상허 이태준 문학비와 흉상.
▲ 상허 이태준 문학비와 흉상.

‘한국 단편문학의 완성자’로 불렸던 철원출신 상허(尙虛) 이태준(李泰俊·1904-?)에 대한 1970~1980년대 시선은 곱지만은 않았다.

굴곡진 한국의 현대사 속에서 분단된 남북의 현실앞에 ‘월북작가’라는 이유로 제대로 된 평가나 조명을 받지 못했다.태어나서는 식민지의 아픔을,남에서는 월북했다는 이유로 북에서는 사상이 불순하다며 남북 모두에게 환영받지 못했던 이태준의 문학혼은 상처가 있기에 더욱 깊고 고고했다.하지만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이태준에 대한 재평가가 시작됐다.순수문학을 추구하는 작가였지만 내면에는 세상을 바꾸려는 사회 개혁적 취향을 갖고 있었다.암담한 현실에서도 최남선·이광수가 이룩한 근대 한국문학의 토대위에 예술성을 불어 넣은 위대한 작가였다.

그의 탄생 100년이 된 2004년 10월,자신의 고향인 철원읍 대마리 두루미평화관 뜰에 문학비와 흉상이 제작됐다.100주년을 맞은 상허 이태준의 업적을 재조명하고 문혼을 달래기 위해 제작된 문학비는 서예가 한철주씨의 예서체 작품으로 새겨졌으며 흉상은 강릉대 최옥영 교수가 만들었다.흉상은 1m 높이의 대리석 좌대 위에 85㎝의 구리 재질로 제작,젊은 시절 단정하게 양복을 입은 모습을 형상화했다.문학비에는 이태준의 업적을 적어 그의 문학혼을 기리고 있다.

김백란 철원문인협회장은 “한국문학사에 큰 족적을 남기고 지역의 대표문인이기 때문에 문학제,추모제,백일장 등 다채로운 선양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다만 아직까지 문학관 건립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지 않아 추가적인 선양사업과 재조명할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철원에는 이태준의 작품 속 배경이 명품길로 재탄생돼 가볼만한 곳으로 꼽히고 있다.철원군은 2016년 한국예총 철원지회와 함께 이태준의 단편소설 ‘촌뜨기’의 작품 배경인 철원읍 관전리에 총 5.4㎞의 ‘상허 이태준 촌뜨기길’을 만들었다.이 작품은 철원읍에서 용담까지 뒷산길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철원읍 거리를 걷다보면 작품속 세상에 와 있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한편 이태준 작가는 철원군 묘장면 산명리 출신으로 어린 시절 아버지를 따라 블라디보스토크에 갔다가 아버지 사망 후 고향에 돌아와 철원 봉명학교를 졸업했다.1925년 단편 ‘오몽녀’로 등단한 뒤 1933년 박태원,이효석 등과 ‘구인회’를 조직,문학활동을 했으며 ‘달밤’,‘가마귀’,‘복덕방’ 등 많은 작품을 썼다.해방후 조선문학가동맹 부위원장,현대일보 주간 등을 거쳐 1947년 월북했다. 김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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