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섭교수의 커피이야기
17.사랑처럼 달콤하고,키스보다 황홀한 커피

▲ 프렌치 프레스 커피와 티.
▲ 프렌치 프레스 커피와 티.

지난주에 이어서 프랑스의 네 번째 커피이야기다.카페는 18세기 계몽 사상가들의 담론의 장이었고,그들의 철학사상을 알리는 홍보의 장이었다.이 작은 시작은 자유와 평등의 권리를 주장한 거대한 프랑스혁명의 불씨가 되기도 했다.또한 커피 사에 회자되고 있는 명언들 역시 당시 프랑스 커피의 위상을 말해주고 있다.사상가 몽테스키외는 커피가 사람을 재치있게 만든다고 하면서 커피를 즐겼다고 한다.

사상가 루소는 삶과 죽음의 순간을 커피로 표현하고 있다.살아있는 순간엔 커피를 마실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만족감을 표현했고,죽음을 맞이한 긴박한 순간에도 더 이상 커피 잔을 들 수가 없다고 안타까움을 표현했다.또 그는 고소한 커피 향을 좋아했으며,향이 느껴질 때는 창문을 활짝 열어 향이 들어오게 했다고 한다.커피가 우리에게 매력을 주는 것은 맛에 앞서 느끼게 되는 향이 아닌가 싶다.커피는 향만으로도 오감을 자극해 여유로움과 평온함을 주기에 충분하다.

작가이자 대표적인 계몽사상가인 볼테르는 많게는 하루 70잔이 넘는 커피를 마셨다고 한다.그가 마신 대부분의 양은 카페 드 프로코프에서였고,이유는 자신의 작품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을 알아보기 위해서였다고 한다.사실과 다를 수는 있겠지만 커피홀릭이었음에 틀림없다.그렇게 여러 잔을 마시면 건강에 좋지 않다는 의사의 경고에도 불구하고,그런 말은 수없이 들었지만 아직까지 건강하다고 대응하면서 84세까지 장수했다.

주교에서 정치외교가로 시인으로 활약한 탈레랑은 커피에 대해 시적인 표현을 하고 있다.‘커피의 본능은 유혹이다.강한 향은 와인보다 더 달콤하고,부드러운 맛은 키스보다 더 황홀하다.악마처럼 검고,지옥처럼 뜨겁고,천사처럼 순수하며 사랑처럼 달콤하다.’이처럼 아름답게 커피가 주는 분위기와 맛과 향을 누가 또 표현해 낼 수 있을까?우리의 호기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하고,이는 커피예찬을 넘어 시적인 감흥까지도 주고 있다.

프랑스하면 커피보다는 와인이 연상되는 것이 사실이다.따라서 커피와 와인은 서로 일정기간 많은 자리다툼을 했을 법하다.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와인은 식전 주나 식사와 함께 마시는 테이블 와인 형태로 발전했고,커피는 식사 후 마시는 디저트 형태로 자리매김하게 된다.오늘은 식사 후,프랑스에서 처음 고안되고 덴마크 회사에 의해 알려진 프렌치 프레스(French press)로 추출한 커피 한잔하시길.

추출과정은 그리 어렵지 않다.먼저 중간 굵기로 커피를 그라인딩 한다.기구와 잔을 예열하고,예열된 기구에 커피와 물을 붓는다.그리고 약 3분 정도 커피성분이 우러나도록 기다렸다가 커피가루를 플런저(plunger)로 누르고,커피를 잔에 따라 마시면 된다.추출 시에 커피성분이 필터 등을 통해 걸러지는 과정이 없기 때문에 커피 본연의 풍부한 맛과 향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이 기구는 상황에 따라 차를 우리는 도구로도,카페오레용 우유 거품을 내는 도구로도 활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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