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미 산문집 ‘익숙한 길의 왼쪽’
삶의 고통·외로움 고스란히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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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창작동화 사상 첫 밀리언셀러이자 한국 작품 최초로 영국 서점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마당을 나온 암탉’의 저자 황선미 작가가 산문집 ‘익숙한 길의 왼쪽’을 펴냈다.이번 작품은 글쓰기가 전부인,자신을 빗대어 한 외로운 어른 아이의 일기장을 고스란히 옮긴 에세이다.

작가는 50대의 나이에,무너져가는 몸을 긍정하기 어렵고 믿기 힘든 나이 앞에서 솔직담백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몸의 불균형은 진작부터 시작되었건만,오른쪽 몸이 쓸 수 없을 만큼 망가지고 나서야 몸이 내지르는 비명을 비로소 마주한다.삶의 오른쪽만을 바라봤던 과거의 ‘나’가 익숙해짐에 따라 어느덧 ‘왼쪽’ 바라볼 수 있게 됐다.

책은 저자가 익숙한 안정감을 깨고 불편하기로 작정한 길에서 건져 올린 깊은 사유들로 채워져있다.엄마의 마음을 아프게 하려 나를 다치게 했던 일,자꾸만 도지는 입병과 완전히 망가진 오른쪽 몸 때문에 웃을 때조차 감정 밑바닥의 우울감이 건드려지던 하루 등 그의 내면에 자리한 이야기들을 풀어놓는다.저자의 아픈 경험을 따라가다 보면 슬픈 내면을 보호하고자 벽을 쳤던,한 개인의 가장 깊숙한 속마음을 읽어내게 된다.

책은 1부 ‘오래된 통증’,2부 ‘오래된 조각들’,3부 ‘이방인일 때 다가오는 것들’로 구성됐다.가장 오래된 통증이었던 유년의 조각과 낯선 체험은 그의 뼈와 살이 되어 몸 어딘가에 남았다가 모두가 깊이 공감할 수 있는 글이 됐다.

황선미 작가는 책을 통해 “나는 내 속에 어떤 응어리가 있는지,내 그물에 걸린 게 무엇인지 조금씩 알아가는 중”이라며 “내가 나일 수 있는 것들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시간을 함께해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김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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