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춘 원주우체국장

▲ 이용춘 원주우체국장
▲ 이용춘 원주우체국장

매월 이십일쯤 다음 달 생일을 맞는 직원에게 축하카드를 쓰고 있다.그 직원에게 어울리는 글을 쓰는 것이 녹록하지 않음에도 소통에 이로우리라는 생각을 하니 쓰는 것이 즐겁다.한번은 생일이 지난 직원에게 축하카드를 쓴 적이 있다.실수로 빠졌는데 생일이 지났지만 직접 쓴 카드를 꼭 받고 싶단다.그 마음이 고마워 더 정성들여 써서 보냈다.지난달에 축하카드 삼십여장을 쓰고 나서 내가 어떤 말을 썼는지 궁금해 열어보았더니 모든 카드에 ‘행복’이란 단어가 쓰여 있었다.

유엔이 발표한 ‘2018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행복지수는 5.875로 조사대상 157개국 중 57위,OECD 34개 회원국 중 32위였다.GDP 규모 세계11위,교역규모 세계6위임에도 국민행복순위는 왜 이렇게 떨어지는지 안타깝다.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우리사회에 만연된 불신과 갈등이 그 이유일 수 있으나 정도의 차이지 이는 어느 나라에나 있는 일이다.그보다는 행복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가 아닐까.

아리스토텔레스는 ‘삶의 목적은 행복’이라고 했고,플라톤은 먹고 입고 쓰기에 조금 부족한 재산 등 다섯 가지를 행복의 조건으로 꼽았다.모두 거창하고 완벽하기보다는 부족한 가운데서도 행복할 수 있다고 보았다.

공자의 인생삼락,즉 행복은 논어에 있는 배우고 때때로 익히는 것,멀리 있는 친구가 찾아오는 것,다른 사람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화내지 않는 것이다.맹자의 군자삼락은 부모가 살아계시고 형제가 무탈하며,하늘과 사람에게 부끄럽지 않고,영재를 얻어 교육시키는 것이다.공자와 맹자도 일상생활에서 행복을 찾았다.

우리 선조들의 행복관은 어떨까.조선중기의 문인 상촌 신흠은 문 닫으면 마음에 드는 책 읽고,문 열면 마음에 맞는 손님을 맞이하며,문을 나서면 마음에 드는 산천경개를 찾아가는 것이 행복이라고 했다.추사 김정희는 책 읽고 글 쓰는 것과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을 나누며 고락을 같이하는 것,벗과 술잔을 기울이는 것이 삼락이란다.미국 하버드대 연구소가 1938년부터 75년간 724명을 추적해 찾아낸 행복의 조건은 ‘좋은 인간관계’였다.우리가 시간을 많이 보내는 가정과 직장에서 행복을 느끼지 못하면 결코 행복할 수 없다.

가정과 직장에서 좋은 관계를 가지는 것이 가장 중요한 행복의 조건이다.그리고 자신에게 맞는 행복의 조건을 찾아야 한다.독서,여행,운동,글쓰기,그림그리기,사진 찍기 등 행복할 수 있는 요소는 무수하다.사전에서는 행복을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껴 흐뭇함’이라고 풀이했다.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일상생활에서 만족과 기쁨을 느끼면 그게 행복이다.행복은 저 멀리,무지개 너머에 있지 않다.바로 우리의 생활 속에 있다.어느 달이 소중하지 않겠는가마는 본격적으로 봄이 시작되고 입학과 개학을 하는 삼월이 가장 아름답고 생동감이 있다.이 좋은 때에 자기의 행복조건을 찾아보는 것도 큰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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