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원로화가 이상원 화백
흙 재료삼은 4년간 신작 전시
내달 3일부터 이상원미술관

“흙을 먹어보니 쓴 맛이 났다.흙은 생명이 나오고 돌아가는 곳이다.”

사실주의 화풍으로 한국적 정서를 표현해 온 춘천 출신 원로화가 이상원 화백이 새로운 시도를 담은 신작을 발표한다.이상원미술관(관장 이승형) 개관 5주년 기념 특별전이 내달 3일부터 8월 31일까지 춘천 이상원미술관 전관에서 열린다.‘귀토(歸土)’를 주제로 열리는 전시회는 이상원 화백의 지난 4년 간 작업을 보여주는 신작전으로 꾸며진다.그동안 이상원 화백은 한지에 먹과 유화물감을 사용한 사실주의 화풍의 회화작업으로 한국화와 서양화의 특징을 동시에 지닌 작품들을 선보였다.하지만 이번에 선보이는 신작들은 회화에서 잘 사용되지 않는 ‘흙(황토)’을 사용한 실험적인 작품들이다.먹과 유화물감으로 이미지를 그리고 그 위에 고운 황토가루를 물에 섞어 물감처럼 사용해 작품을 완성했다.

▲ 이상원 화백
▲ 이상원 화백

이 화백은 ‘흙’을 전시의 주제이자 작품의 재료로 삼고 흙의 정서에 향토성을 담았다.전시회는 ‘생명’ ‘삶’ ‘소멸’ 등 크게 3개 파트로 나눠 생의 근본을 묻는다.특히 대형 회화작품을 전시장에 가득 채워 설치작품의 분위기를 자아내는 작품이 전시돼 주목된다.100호 크기로 폐기된 타이어를 그린 작품 28점이 전시장의 세 벽면을 가득 채우고 문명의 상징인 바퀴가 무덤을 연상시키도록 연출된다.이 화백은 문명 발전의 기폭제가 됐던 대표적 발명품인 ‘바퀴’를 작품 소재로 삼았는데 이는 과거 눈 덮인 땅 위의 자동차 타이어자국을 그린 ‘시간과 공간’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또 실제 한국전쟁 시기에 쓰인 철모와 군인용 배낭 등 전쟁을 상징하는 물건들을 그린 작품들도 전시된다.학도병으로 한국전쟁에 참전한 이 화백이 오랜 기억의 단편을 꺼내 전장의 참혹함을 작품으로 담았다.

▲ 이상원 작 ‘바퀴’
▲ 이상원 작 ‘바퀴’

▲ 이상원 작 ‘철모’
▲ 이상원 작 ‘철모’

▲ 이상원 작 ‘배추’
▲ 이상원 작 ‘배추’

나머지 작품들은 주로 농경을 대변하며 독특한 감상을 자아낸다.흙이 묻은 배추,지푸라기 더미 등은 생명이 잉태되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마지막으로의 회귀를 연상시키며 죽음을 상기하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한승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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