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미(시인·춘천)

마트 앞,

달 굽는 여자의 등이 동그랗다

그녀의 미소가 봉지 속으로

사르르 쏟아지는 밤,

누군가 잃어버린 희망 한 봉지

따라 들어가고 있다

하루치 밥값이 벌집무늬로 구워지는 동안

슬픔마저 탈탈 털어 넣은 시간이 발효되고

퇴근을 서두르는 젖은 발자국들이 출렁이고

아픈 비늘을 터는 새 떼처럼

바람 부는 하늘을 뒤척인다

달 같은 희망을 와플로 굽는 가을밤

하루가 둥글게 익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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