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서 경제력 등을 갖춘 지배세력을 의미하는 토호(土豪)는 언제부터인가 토착비리의 대명사로 불리우고 있다.역대 정권마다 자신들의 비리를 감추거나 사회 분위기를 일신하기 위해 ‘법질서 확립’과 ‘부정부패 척결’을 내세울때면 빠짐없이 포함되는 것이 ‘토착비리’세력인 토호다.중앙권력은 토호세력을 한 지역의 권력자인데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감시를 받지 않으면서 주민들의 생활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부정부패의 온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토착비리세력인 토호가 ‘작은 도둑’이라면 ‘큰 도둑’은 벌호(閥豪)라고 부를수 있다.유신시대 김지하 시인이 비유한 재벌, 국회의원, 고급공무원, 장성, 장차관 등 오적(五賊) 가운데 군벌의 위험성은 문민정부이후 사그러들었지만 학벌로 이어지는 국회의원과 고급공무원, 족벌체제인 재벌 등은 지역의 토호세력을 ‘새발의 피’정도로 만드는 벌호세력이다.

출신이나 이해 관계로 서로 뭉치는 세력이나 어떤 방면의 지위나 세력을 뜻하는 ‘벌(閥)’은 우리나라에서 족벌,재벌,관벌,학벌 등의 합성어로 만들어질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이러한 ‘벌’들의 득세는 공정한 평가보다는 연줄에 의한 발탁과 승진,‘유전무죄,무전유죄’를 현실화 시키면서 사회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이같은 ‘벌’ 중에서도 학벌과 재벌이 가장 위험하다.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교육열을 보이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학벌은 그 자체가 성공의 필요충분조건이 되고 연줄을 중시하는 풍토에서 다른 학벌과의 공정한 경쟁을 불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재벌의 가장 큰 문제점은 공정하지 못한 부의 세습이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 사건이나 버닝썬 사건은 검찰이나 경찰 같은 권력기관의 집합체인 ‘관벌(官閥)’들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이러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는 ‘관벌’들이 토착비리를 근절하겠다면서 토호세력을 주기적으로 수사하고 있다.비리가 있으면 엄정하게 수사해 올바르게 바로잡는 것이 당연하지만 왠지 자신의 눈에 들어있는 들보는 못보고 남의 티눈만 탓하는 것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진종인 논설위원 whddls25@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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