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기 결제됐다 문자 수신
원격제어 앱 설치 유도 후
스마트뱅킹 접속 현금 인출


보이스피싱 사기범죄가 지능화되면서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피해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올들어 도내에서만 343건이 발생,피해액이 44억원에 달했다.강릉에 사는 A씨는 지난 26일 “청소기 결제대금 97만원이 결제됐습니다”라는 문자 한 통을 받았다.청소기를 구매한 적이 없는 A씨는 곧바로 확인전화를 걸었다.

자신을 청소기 업체 상담원이라고 밝힌 여성에게 자초지종을 이야기 하니 이 여성은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 같다”며 경찰관 사칭범에게 전화를 돌려줬다.이 사칭범은 A씨에게 “계좌를 확인해봐야 한다”며 스마트폰·PC 원격제어 웹인 ‘팀뷰어’를 깔도록 유도했다.

보이스피싱 사기범은 이 앱을 이용,A씨의 스마트뱅킹에 접속해 순식간에 통장에 있던 3억7845만원을 가로챘다.이날 범죄는 대낮에 불과 몇시간만에 이뤄졌다.A씨의 피해액은 도내에서 발생한 보이스피싱 단일 사건 중 역대 최대 피해금액이다.

또다른 피해자 60대(춘천) B씨 역시 지난 27일 A씨와 유사한 수법의 보이스피싱 사기범에게 속아 1억2000만원의 피해를 입고 뒤늦게 경찰에 신고했다.또 지난달 원주에서도 60대 남성이 쇼핑몰 결제대금 문자를 보고 전화를 했다가 동일한 방법으로 원격제어 앱을 설치,2억5000만원이 빠져나가는 피해를 당했다.지난해 12월에는 보이스피싱 범죄에 피해자의 통장이 이용됐다며 원격제어 앱을 설치하도록 유도해 이 남성이 모아놓은 퇴직금 1억4000만원이 사기범죄단의 대포통장으로 흘러나갔다.

이들 피해자는 전직 학계,공무원 등 상당수 지식층들이어서 사기피해 대상도 신분과 나이 등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실정이다.경찰은 보이스피싱 사기단의 총책이 주로 중국 등 해외에 본거지를 두고 있어 조직책을 검거하더라도 피해액을 환수하는데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외국인 명의 대포통장과 가상화폐,환치기 등의 ‘돈세탁’을 통해 피해액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어 피해액을 되찾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은희 강원경찰청 홍보전담팀장은 “스마트폰 앱을 설치하라거나 계좌 비밀번호 등을 요구하면 100% 보이스피싱”이라며 “결제 문자를 받았더라도 본인이나 가족이 구매한 적이 없다면 통화를 시도하지 말고 112로 전화해 상담을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창현·윤왕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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