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림(시인·춘천)

부수다 만 벽 한쪽이

서툰 바리깡질에 파헤쳐진 머리만 같아서

사막 위 뜬금없는 난전이 펼쳐진 것만 같아서 눈 둘 데 없다

기댈 데 없는 햇볕이 뜨다만 털실처럼 뭉쳐져 있는 것이

하루 일당을 놓쳐버린 일용직 노동자만 같아 보이는 것이다



오후 늦도록 오래 골목이었던 그 땅에 햇볕 반쪽이 쭈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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