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응섭 태봉초교 교장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학교는 또 다른 설렘으로 바빠진다.신입생이 들어오고 한 학년씩 진급하면서 선생님과 친구들과의 새로운 만남을 준비한다.겨울방학 내내 비어있던 교실의 먼지를 떨어내고 지나간 달력도 바꾸어달면서 새 교실의 주인임을 알리는 학급 패찰도 반짝이게 준비한다.준비하는 마음속에는 희망과 설렘이 있다.보이지 않는 약속이 있으며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담겨져 있다.실패를 딛고 일어서려는 의지와 새로이 시작하려는 자기와의 약속들이 마음속에서 꿈틀대기 시작한다.

한 해 농사를 시작하려는 농부는 씨앗손질부터 시작한다.튼실한 종자를 고르기 위해 쭉정이를 골라내고 병충해로부터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소독을 한다.겨우내 창고에 있던 농기구를 정비하고 겨울 냉기가 남아있는 논과 밭이랑을 거닐면서 한 해 농사 계획을 한다.그러한 농부의 마음속에 이미 봄은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8년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GNI)이 3만1349달러로 인구 5000만 명 이상 국가 중 우리나라가 미국,일본,독일,영국,프랑스,이탈리아에 이어서 세계 7번째 멤버가 되었다고 신문이나 방송 등의 뉴스를 독차지한 적이 있다.경제성장만 본다면 실로 대단한 업적을 이루었다 할 것이다.그런데 그런 기사들 댓글을 보면 반갑고 환영하는 글 대신에 머나먼 남의 이야기인양 달갑지 않은 반응이 부지기수다.이미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에 따스한 봄바람이 불어 예쁜 꽃들이 피어나야 하지만 아직도 어둠의 겨울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 건 또 무슨 아이러니인가.

아무렇지도 않게 버려지는 도로위의 쓰레기들이나 거짓과 폭력이 난무하는 언론의 한 모퉁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눈길들이 아직 봄의 발목을 부여잡고 있는 것은 아닌지,계절보다 더 빠르게 빗겨나가는 사람들의 양심이 올 봄에는 또 어떤 모습으로 채색을 할까 두려움 속에서도 봄의 꽃망울들은 피어난다.

탈무드에는 ‘형제의 개성을 비교하면 모두를 살리지만 형제의 머리를 비교하면 모두를 죽인다’라는 말이 있다.그래서 유대인들의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남보다 뛰어나려 하지 말고 남과 달라지라고 가르친다고 한다.구태여 아프리카의 우분트(UBUNTU) 사례를 인용하지 않아도 학교 현장이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함께 성장하는 교육활동으로 바뀌어져가는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모두가 저마다의 색깔을 가지고 꽃으로 피어나는 봄,우리의 아이들이 자기의 개성을 살려 고운 빛으로 예쁘게 피어나기를 소망하면서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는 우리 어른들의 마음속에도 행복한 빛깔의 봄꽃들이 피어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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