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병철 상지대 건설시스템공학과 교수

부산에서 베를린으로 갔던 청년 손기정 선수나,용산에서 파리로 갔던 나혜석 화가의 한달여간 대륙 횡단이 잊혀가는 과거의 일로 덮혀질 즈음,영화관에는 상하이로 만주로 그리고 블라디보스토크로 독립운동가들을 실어 날랐던 당시의 국제 관문이었던 경성역발 기차 장면을 상영했다.경성에서 부산까지 13시간 30분,신의주까지는 15시간,하얼빈까지는 26시간 그리고 블라디보스토크까지는 22시간이 걸렸다 하니 그리 편안한 여행은 아니었지만 중국과 만주 그리고 러시아, 유럽까지 다다를 수 있었다.그러나 누군가에 의해 한반도가 강제 분할되어 대륙을 호령해야 할 호랑이의 허리가 뚝 잘린 후 언제부턴가 우리는 누구도 유럽을 기차로 여행하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아직까지도 강원도의 철도 사정은 매우 열악하다.부산에서 출발해 강원도를 통과해 한반도의 동해안을 따라 건설하려던 동해선 철도는 1930년도에 착공해 포항까지 연결이 됐고 1937년도에는 양양-안변이 연결됐으나 분단이후 양양-고성 구간은 철거되고 속초역과 양양역은 폐쇄됐다.포항-삼척(165.8㎞) 구간이 2020년 완공될 예정이나 강릉-제진 간 철도의 허리가 아직까지 연결이 안됐고 동서를 연결하는 경강선 철도 노선 역시 여주-원주 구간은 답보상태다.춘천-속초를 연결하는 동서고속철도 역시 30여년 동안 제자리 걸음중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김정은의 왕복 9000㎞ 기차여행은 세계 각국 철도연결사업의 중요성을 시사하고 있다.물론 왕복 130여 시간이 소요되었다는 점과 베트남 내에서의 승용차 이동은 아직 한계로 남아있지만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북한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중국과 러시아 등 세계 각국의 철도를 이용해 자유롭게 교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통일은 이미 시작되었다고 한다.다소 시간이 걸릴지라도 70여 시간의 여행으로 하노이를 가고 일주일의 여행으로 유럽으로 갈 수 있는 맹지탈출의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세계적인 부호이자 투자가 짐 로저스 회장이 ‘북한에 전 재산을 투자하고 싶다’고 한 것은 이미 남한의 맹지탈출을 예견하고 한 말일 것이다.지난 노무현 정부때의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노력과 현 정부의 지역발전을 위한 노력을 고려하고 철도와 같은 사회인프라는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는 점과 통일을 위한 준비를 감안한다면 철도 신설 등으로 강릉이나 속초 그리고 양양 등이 대북사업은 물론 대륙진출을 위한 주요 기지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예전의 백두대간은 지형이 험준해 건설을 위한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었지만 건설 기술의 발달로 극복해 왔듯이 이제는 설악산의 아름다움과 백두대간 환경생태의 중요성을 고려한 다양한 환경기술과 건설기술의 발달을 기대하며 현명하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통일된 국토의 균형발전을 다시 생각해 볼 때이다.

<약력>
△상지대 건설시스템공학과 교수(공학박사·토목구조기술사)△한국환경공단 기술자문위원△전 강원지역 산학협력단장협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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